불쾌한, 혹은 친절한 영준씨

가끔 사람들은 내 웃음소리에 많이 놀란다. 오프에서 내 모습을 보면, 처음 본 사람들 중에 연배가 꽤 되시는 분들 앞에선 입도 뻥긋 않고 숨죽여 웃지만, 막상 친해지고 편해지면 웃음 소리 때문에 깜짝 깜짝 놀라실 정도니 말이다.

'움홧홧홧홧'
'푸핫핫핫핫'

상당한 데시벨의 웃음소리가 위와 같은 소리로 울리니 같이 있는 사람들이 공공장소에 있다면 무척이나 '껄끄러운 존재'가 바로 나다.

이는 혼자 집안에 있을 때나, 아니면 극장에서까지도 일어나는 일인데, 나의 '크홧홧홧홧'으로 피어나는 웃음소리는 그 '폭소'를 견디지 못하고 바로 튀어나온다.

문제는 그 웃음이 타인의 웃음소리에 묻히면 덜한데, 조용히 웃는 분위기에서 내 웃음소리가 터져나오면 그 '큰' 목소리에 상당히 이목이 집중된다. 타인의 '귀'를 거슬리게 한 죄는 불쾌감으로 다가갈 것이다. 아마 우리 옆집에서도 코메디 프로그램을 보면서 폭소하는 내 목소리를 들었을지도 모르겠다.

타인에게 불편을 주거나, 자유를 침해하는 방식은 내가 가장 혐오하는 방식이다. 내 그러고자 하는 성향은 자주 타인을 통해 확인되는데, 예를 들어 내가 일하는 일터에서 업무용 전화를 받고 있는 모습을 보는 사람들은 대부분 한 마디씩 한다.

'영준씨는 왜 그렇게 친절해?'

전화받는 목소리는 보통 때의 목소리와 당연히 다를 뿐더러, 목소리만 나긋나긋한 것이 아니라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장난아니게 '소름 돋도록' 만드나 보다. 좋게 얘기하면 친절한 것이고, 나쁘게 얘기하면 재수없을 정도겠지만.

이런 스타일은 여러모로 유지가 된다. 예를들어 전화가 잘못 걸려와도 웃으면서 받아주고, 문자가 잘못와도 잘못 보냈다고, 즐거운 오후 되시라고 답문을 한다.

과잉 친절일 수도 있지만, 이런 것이 사람 사는 재미다. 나 하나, 누가 보면 쓰잘데기 없는 소비일지도 모르지만, 쉽게 부딪히거나 날카로울 수 있는 이야기에 쉼표하나 찍어가며, 웃어주고, 상냥하고 나긋하게. 그렇게 한 마디 건네고 서로 기분 좋은 것이 즐거움인게다.

물론 툭 까놓고 얘기해서 이건 내가 남자이기 때문에, 대한민국 사회에서 가능한 일이다. 여성분이 그러면 꽤나 많은 남성들이 '이 여성이 내게 관심있나?'라고 추측해 귀찮게 할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난 남자든 여자든 아무리 친절히 굴어도 그 뒤로 돌아오는 '댓가'따윈 없기에 이런 방법으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지도 모른다.

난 운전을 할 때도, 입에 욕설을 단 적이 없다. 이 사실은 의식적으로 제약한 것이 아니라 원래부터 그래왔는데, 내가 의식도 못하는 사실을 같이 동승하는 분들이 일깨워준다.

'영준씨는 운전하면서 욕 안 하시네요?'
'함장님처럼 욕설없이 운전하는 분 처음봐요'

어릴 땐, 입에 욕을 달고 살던 개 쓰레기였으나, 스물 하나 때부터는 왠만해선 욕설을 외부로 뱉지 않는다. 글에는 가끔 애교섞인(물론 이에도 거부감을 느끼시는 분들이 있겠지만) 쓰바나 써글이 들어가 있지만 말이다.

운전 하면서, 상대차를 쫓아가 인상을 쓰고, 빵빵거리며, 창을 내려 욕지거리를 하는 것은 운전자 서로에게 기분 나쁠 뿐더러, 동승한 분에게까지 기분 나쁨을 전이시킨다. 어차피 사람들 더불어 사는 삶. 급하게 끼어들면 바쁘신가 보다, 무섭게 운전하면 주위 확인이 서투르신가 보다 하고,

'아 냥반, 거 참'

하고 넘어가면 만사가 편하니 말이다. 스트레스를 일부러 만들 필요는 없잖은가?

나도 감정적인 동물이라 늘 친절한지, 혹은 늘 불쾌한지 모르겠다. 유쾌한 웃음이 터져나올땐, 그 느낌이 강렬하여 주위를 배려하는 마음없이 크게 웃어젖히고, 타인을 대할 때면 괜스레 서로 기분 상할리 없이 합리적인 면을 찾아보는 것이 당연지사이니 말이다.

그런데도 늘, 상대가 비합리적으로 나오면 톡 쏘아 붙이는 토론의 자세라던가, 안 그래도 장비가 조조군 나무래듯 기차 화통 삶아먹은 목소리로 웃어재끼는 내 목청은 분명 타인에게 폐가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고치기 어려운 면이 있다.

전자는 별로 고치고 싶은 생각이 안 들지만.

그래도 후자는 좀 고치면서.

떠벌이 같이 오지랖도 죤내 넓은 삶. 조금 줄여나가 볼까 고민도 하게 된다.

적당히. 서로에게 불편하지 않을 정도로 적당히 말이다.

Posted by 함장

2006/01/18 16:43 2006/01/18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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