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고사 채점한 것을 받아들고서 느끼는 감정은 은근히 치미는 부아였다. 분명 하룻밤만 지새우며 붙잡고 풀었으면 평균을 충분히 넘을 문제들이었지만, 책 조차도 리마인드 안 하고 간 스스로에게 화를 내야 할지, 아니면 이게 당연한 것이라는 이성의 울림을 그대로 받아들여야 할지에 관한 고뇌 말이다.
학부생으로서 자주 느끼는 거지만, 난 절대 '공부'의 길을 걸어서는 안 된다. 학자로서의 '탐구' 정신 보다는 '마니아'로서의 탐구 정신이 더 크거니와, 학문의 영역이 넓고 심오하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도제식' 교수 계보 라인에 들어가고픈 마음은 더욱 없으며, 더불어 이 '학문'들을 '학문답게' 써먹는 방법보다는 '약장수'답게 써먹는 방법이 내게는 훨씬 편리하다.
학문에 지대한 열정을 가지고 가르치고 계시는 교수님들의 수업을 들을 때마다 느끼지만. 나는 분명 '좋은 성적'을 받아서는 안 된다. 그들이 가르치고 싶은 방식으로 이해하려 들지도 않거니와 현재 배우고 있는 대부분의 과목들이 '이론'을 중시하다 보니 현실에 적용하는 사례에 있어서 그 해석 방법에 대한 편의성이 천차만별인 점도 있다.
개나 소나 다 과학이지.
자주 까먹는 일이 있는데, 내가 대학에 들어온 이유는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함도, 학문에 열정이 남아서도 아닌. 그저 졸업장을 따러 왔다는 점이다.
더불어 기왕 온 거 '장학금'을 노려볼 수 있으면 좋겠지만, 요즘 대학 분위기 아시겠지만, 수업과 시험에 목숨 거는 경영대다. '왠만큼 해서는' A+이 된다는 확신도 없거니와 된다 하더라도 그 많은 수의 인원에 장학금 명단에 들어가는 것도 어렵다.
더군다나 학교에서 극좌 꼴통 어린 새끼로 찍힌 나로서는 '교수협의회'의 재단을 향한 경계활동을 '교수로서 품위 없는 행동'이라 생각하고 교수가 노동자라고 생각지 아니하는 학장에게 더 이상 장학금을 구걸할 생각도 없다.
나같은 우파가 좌파라니. 지나가는 쁘띠 좌파도 웃겠다.
학점이 최소 3.0으로는 졸업해야 취업 서류라도 넣는다는 소문이 횡행하다. 졸업하면 서른인데 내가 과연 어디 원서나 들이밀 수 있겠나마는.
그래도 이제 대학 졸업 증명이 없어서 차별대우 받지 않을 거니까.
월 수입이 늘어난만큼, 내 잠자고 먹는 시간과 '수업'을 듣는 시간,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모두 '일'을 하고 있다. 그리고 이건 분명히 더 이상 줄일 수도 없거니와 더 늘려서는 학교를 다닐수 없다.
가장 합리적인, 등록금도 해결하고, 생활도 해결하며 '학교'를 다니는 방법은 이길 뿐이다.
난 더 이상 학과 시험을 잘 치르는 학생이 아니라, 그저 간간이 발표수업 때 약장수 기질로 애들을 휘어잡는 기술만 가진, 교수들이 혐오해도 충분할 학생이다.
졸업 때까지 목표 학점은 D-.
재수강 따윈 없다.
p.s RSS 고쳤습니다. 만약 문제 있으신 분은 얘기해 주세요.
Posted by 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