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rch Results for '소비'


1 POSTS

  1. 2006/04/06 늦은 밤 떡볶이 by 함장 (44)

늦은 밤 떡볶이

잠을 안 잔지 또 40시간째. 더 버티다가는 죽을 것 같다는 생각에 아예 3시간 잠 잘 시간을 포기하고 9시간 더 무리하고 아예 퍼질러 자자는 다짐과 함께 강의가 끝나자 마자 회사로 출근했다.

회기에서 합정으로 향하는 버스에서 기절했다가 여느 때와 같이 스팸 문자에 깨고, 회사에서 걸려온 전화에 일어난다. 아무리 기절을 했어도, 달아난 잠을 잡아올 경찰은 없다.

졸다가 밀린 번역을 마무리하면서, 업무량이 많지 않음에 새벽녘까지 일할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이 머리속에서 똬리를 틀자 한껏 여유를 부리며 번역에 기교를 부린다.

간만에 막차를 타고 돌아오는 일산행 버스는 매일 지겹게 타던 택시의 적막함도, 붉은 신호등을 잽싸게 지나쳐가는 스피드의 공포도 없이 허연 형광등 아래 잠과 함께 녹아 들어간다.

화정역에 내려 번역자용 영상 업로드를 위해 PC방을 뒤지다가 결국 출출한 속을 이길 수 없어 노점상을 찾는다.

서울은 참 불편한 것이 '1인분' 내지, '천원 단위'로 노점상들이 계산을 한다는 점이다. 이는 물가와도 관련이 있는데, 동전의 존재 이유가 인플레를 막기 위함인데, 도무지 노점상에서는 동전이 필요없다. 물론 노점상에서 동전 받는다고 치솟는 물가가 잡히는 것도 아니지만, 내가 돈 없을 때, 지하철 역을 빠져나올 때 마다, 그 맛난 떡볶이와 튀김 냄새를 이겨내고 집의 보온 밥솥에 남아있을 누런 쌀밥을 억지로 상기시켜야 하는 고통을 이어가게 만든 것을 생각하면 조금 고깝기도 하다.

어쨌거나, 안 그래도 작아진 내 위장의 크기에 노점상의 떡볶이 1인분은 지독하게 많다. 서 너 저름 먹으면 배가 차는 것을 꾸역꾸역 입안으로 집어넣어야 하는 곤욕이란 이루 말할 수 없다.

참 간사한 인간 아니겠는가, 돈이 없어 못 먹던 것을 이젠 배가 부르다고 못 먹으니 말이다.



사실 더 화가 난 것은 다 먹었을 즈음 나타난 아가씨가 '만두 하나, 김말이 하나, 달걀 하나요' 하면서 천원에 세 가지를 먹고 갔다는 점이다. 그게 천원인 줄 알았다면 만두 세 개를 먹고 천원만 내면 내 배도 쉽게 차고, 돈도 적게 나가고 1석 2조인데 말이다.



패밀리 레스토랑이든, 노점상이든.

돈이 있고, 자주는 아니더라도 간혹 먹어봐야 쓸데 없이 돈을 안 쓰고, 스스로도 만족할 수 있는 소비를 하는 법이다.

비싸서 못 먹거나, 돈이 없어서 못 먹는 것은 어쩔 수 없으나, '몰라서' 못 먹는 것은 남의 비웃음 사기 딱 좋은 일 아니겠는가?

그런데도. 그 비웃음을 사는 게 어색하지 않은 것은 아직도 빈티를 못 벗어난 촌놈의 뜨내기 짓거리일런지도 모르겠다.

거 없는 돈 죽여가며 아는 체 하는 것도 적당히 분수 껏 해야하지 않겠는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센스
Creative Commons License

Posted by 함장

2006/04/06 01:12 2006/04/06 01:12
,
Response
No Trackback , 44 Comments
RSS :
http://harmjang.com/rss/response/487


블로그 이미지

수정 자본주의자의 삶

- 함장

Archives

Authors

  1. 함장

Calendar

«   2008/11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Site Stats

Total hits:
1770793
Today:
174
Yesterday:
2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