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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01/06 산과 김광석 by 함장 (20)

산과 김광석

많은 분들이, 내 또래에, 김광석을 광적으로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 그리 달가워하지 않는다. 내 나이가 어찌 인생을 알며, 내 나이에 어찌 그런 인생의 허무함, 또는 외로움, 또는 그리움 따위를 짙게 배어나게 하는, 그의 노래가 가진 깊이를 이해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들과 함께 말이다.

물론, 내가 그런 것을 이해한 건지, 이해하지 못 했는지, 타인에게 양해를 바랄 필요도 없거니와 내가 그를 좋아하는 방향성의 일관됨이 타인과 동일선상에 놓여야 하는 이유도 없으니, 내 짐짓 그를 좋아하는 모습이 그저 '척'으로만 보인다면, 그건 사람들이 가진 내 건방진 모습에 대한 일관적인 시각일 뿐일테다.

며칠 전에 이미, 김광석의 추모 10주년이라는 포스팅을 여기저기서 발견을 했다. 이미 1월 6일에 자살한 그의 죽음이 10년이나 흘렀다는 사실에 작은 그리움들이 묻어나는 글들을 보며 그를 추억할 기회도 가졌으니 말이다.

아침에 버스를 타고 지하철 역으로 향하면서도 버스 라디오 방송에서 흘러나오는 '사랑했지만'을 들으면서, 내 이어폰을 꿰뚫고 들어오는 그의 목소리는 내가 얼마나 그의 음악 속에서 살아왔는지 다시금 반추케 한다.

10년 전, 그가 죽던 해는 1996년.

고입 시험을 치르고, 중3 마지막 겨울방학을 방안 아랫목에서 뜨끈하게 지져대며 그렇게 보내던 시절이었다. 물론 이미 그 때, 김광석의 노래는 꽤 여러 곡을 알고 있을 때였다.

사실 '유행가'라는 것에 맛을 들이게 된 것은 정확히 '김현식' 때문이었다. 5학년 때, 김현식이 죽으면서 '내 사랑, 내곁에'가 가요톱10, 1위를 몇 주씩 달리면서, 한창 여자아이들에게 관심을 가지던 시기에 그의 '허스키'한 목소리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다. 그 뒤로 '김현식'과 관련된 사람들을 추적해 나가면서 그의 '전곡'과 그의 백밴드를 해주던 사람들이 결성한 '봄여름가을겨울'의 음악들을 만나면서 나의 음악적 취향은 그 쪽 방향으로 일관되게 나가버린 것이다. 홍학표가 주인공이던(물론 이후엔 김찬우와 장동건 투 톱으로 나갔지만) '우리들의 천국에서' 김현식의 '사랑 사랑 사랑'이 테마로 흐르던, '홍학표의 사랑'이 이루어져 나가는 몇 편도 '음악'에 대한 관심을 더욱 높이는 계기가 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곡과 좋아하던 드라마가 합해져서 이루어지는 시너지 효과를 '시너지'가 뭔 말인지도 모르던 그 어린 날에 감동으로 받아쳐냈던 것이다.

김광석의 노래가 '딱 이것이다'라고 확 와닿은 적은 없었다. 그러니까 정확하게 말하자면, '테이프'에서 흘러나오는 노래가 '아! 이곡이야!'하고 착, 귀에 감기는 곡이 없었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좋은 노래들이었던 기억으로 리어카에서 구매하던 '최신가요' 시리즈들에 놓인 그의 '나의 노래'라던가, '일어나', 다시 부르기 시리즈가 등장하던 즈음에 쏟아져 나온 곡들은 그만큼 내게 좋은 기억들을 주며 가사를 흥얼거리게 만들었다.

그러던 내가 '김광석'이라는 인물에 집착하며 모든 곡을 뒤져서 듣게 된 계기는 '그의 목소리'도 아니었고, '그의 음반'도 아니었다.

오늘 아침, 라디오에서 울려퍼지는 '사랑했지만'이라는 노래를 부르던 사람들의 '울림'에 감동하여, '김광석'이라는 사람들을 뒤지는 형국에 이른 것이다.

이미 산을 못 탄지 어언 5년이 흘러버렸는데, 나는 등산을 매우 좋아했다. 고향이 '소백산' 아랫자락이다 보니, 1,439m 짜리 산을 1년에 잔치상 몇 번 받아먹듯이 자주 타고 다녔고, 중학교 시절부터는 설악산이다, 지리산이다 전국의 높은 산들은 '객기'를 부려가며 혼자 쏘다녔다.

높은 곳에 오르거나, 누가 얘기하는 것처럼, '정복감' 따위는 애초에 없었다. 나는 정상에서서 바라보기 보다, 올라가며 여기저기서 느끼는 산세가 좋았다.

설악은 아름다워 좋았고, 지이(智異)는 차분하게 생각을 정리하기에 좋았다. 가슴이 황폐해지면, 내설악에 오르며 그 아름답고 수수한 정취에 가슴을 채웠고, 외설악을 내리며 웅장한 기암절벽들에 취하며 산세를 즐겼다.

지이는 그 이름 그대로, 다름의 이치를 알 수 있는. 그런 산이었다. 나와 타인이 겪게 되는 수많은 이야기 속에서 내가 서 있는 곳과 타인이 서 있는 곳을 이해하기 위한 '깊은 사색'을 도와주는 그 산행은 내 삶의 즐거운 기억들로 가득차니 말이다.

중학교 2학년 여름, 내설악을 오르며 조용히 흐르는 물과, 푸른 잎사귀를 즐기던 도중, 일행의 목소리를 통해 울려나오는 '사랑했지만'은 물 소리와 어우러져 내게 깊은 감명을 줬다. 비가 내려 자욱하게 내려앉은 먼지 사이로 들려오는 사랑의 기억이 주는 '심상'은 내가 행복하게 걷던 산행과 합쳐져 묘한 느낌을 던져 주었다. 그와 함께

'이런 심상을 가진 사람이 과연 누구인가?'

라는 의문으로 결국 '김광석'을 뒤지게 된 것이다.

그 뒤로 집으로 돌아와 당장 김광석 2집 테이프를 사들고 방구석에 쳐박혔다. 테이프가 늘어나도록 돌려듣던 그 노래.

물론 대부분이 인정하겠지만, 김광석의 기존 노래 중에 유일할 정도로 '대중 정서'에 취합되는 곡이 바로 '사랑했지만'이다. 그리움이 '짙게' 배어나는 다른 곡과 달리, 그저 이별에 대한 다른 사랑 노래들과 그리 다르지 않다.

그런데도. 그의 '사랑했지만'을 접해, 결국 그의 모든 노래에 빠져들게 된 내 모습을 보면 분명 그에겐 마력이 있다.

심지어, 서른 넘으신 분들이 들으시면 가소롭게 느껴지거나 비웃음을 살 일이겠지만, 나이를 먹어갈수록, 사랑을 되새길수록, 세상에 부대낄수록. 그의 노래 하나하나가 다시금 각인되고, 다시금 입가에 지저귀게 만드는 것은.

분명 그가 가진 힘일게다.

Posted by 함장

2006/01/06 11:09 2006/01/06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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