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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8/24 공원 풍경 by 함장 (11)

공원 풍경

라페스타에서 영화를 보기로 했다.

영화 시간이 넉넉하게 남았고, 같이 보기로 한 사람이 아직 퇴근하지 않았다.

편의점에서 커피 하나 사들고, 정발산 역 공원의 벤치에 앉아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벧엘교회의 커다란 십자가가 우리를 굽어 살피고 있었고,
공원 한 가운데에는 500원짜리 동전을 넣어 '엘리제를 위하여'와 함께 시속 20km의 드라이빙을 즐길 수 있는 미니 자동차가 모여 있었다.

그러나 공원의 전체를 활주하는 것은 시속 30km를 넘는 속도로 움직이는 미니 모터싸이클이었고, 남녀노소 누구나 그렇게 '폭주'를 뛰고 있었다.

난 그 번잡함을 지나, 공원 중앙을 차지한 채 '번쩍거리며' 세련된 500원짜리 미니 자동차가 아닌, 너무도 오래 되어 이리저리 사고의 흔적들과 몇 번의 페인트 덧칠을 했을지 상상조차 안 가는 외형을 지닌, 오래된 500원짜리 미니 자동차가 모여 있는 곳의 벤치를 찾았다.

노년의 부부가 운영하는 그 미니 자동차는 가지런히 정렬된 채, 아이들을 기다렸다.

남편은 고장난 한 대의 배터리를 빼내고 배선을 만지작 거리고 있었고,
부인은 하염없이 500원을 넣어가며 아이들의 시선을 뺏으려 노력했다.

영악한 아이들은 몰래 몰래 다가와 혹시나 500원짜리가 튀어 나오지 않을까 반환 레버를 만지작 거리다가 눈이 마주치면 도망가고,
아이를 데리고 지나치는 부모들은 좀 더 '나은' 차를 태우기 위해 다른 곳으로 비껴갔다.



노부부의 벤치에는 출출함을 달래기 위한 미숫가루와 떡 몇 조각이 놓여 있었고,
남편은 자동차가 잘 안 고쳐지는지 짜증을 내며 성질을 부렸다.

부인은 구부정한 허리에 묶인 돈가방의 무게에 더욱 허리가 휘어 보였다.



좁은 나라.

이제 내 어린 날 주머니 100원이 없어 못 타던 미니 자동차는
폼나게 탈 수 있는 미니 모터싸이클에게 자리를 내주었건만
왜 아직도 저 노인들은 얼음조차 다 녹아버린 미숫가루를 먹어가며, 이 땡볕에 돈을 벌어야 하는가.



뒤에선 홈에버 파업으로 인해 전경들이 모여 앉아 식판에 쌀밥을 얹어 먹고

연인들은 벤치에 누워 사랑을 나눈다.

아! 대한민국!



그 노부부의 오래된 자동차에,
그 노부부의 오래되었을 짜증섞인 실랑이에,
목이 메어 눈물을 훔쳤다.

Posted by 함장

2007/08/24 03:08 2007/08/24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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