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지인과 환담을 나누던 중
'아, 정말 여자랑은 일 못 해 먹겠다'는 얘기가 나와서
'에이~ 여자라서 문제가 아니라 그 사람 성격이나 일하는 게 문제죠'라고 답했던 적이 있다.

잠깐 직장에 있었다 하더라도 아르바이트 인생만 10년째지만, 사회 물 꽤나 먹었다고 생각했던 이유는 그래도 사람들 사이에서 모난 티 적당히 내면서 살아가기 편했기 때문이었다.

요 근래, 한 4년 정도는 어느 일터에서든 성깔을 제대로 부리며 지냈던 것 같다. 나를 보호하려는 의도 보다는 조직체의 효율과 합리. 정당함을 부여하기 위한 잣대였다고 스스로 평가하지만, 조직체 구성원들에게는 오만과 자기 합리, 동료 기만으로 보였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뒷다마만 까대기 보다는, 인상 쓰더라도 정면에서 얘기해 주는 것이 사람다운 일이라고 생각하며 그렇게 '적'을 만들어 나갔다.



생각해 보면 지금까지 일해온 곳들은 죄다 여성이 더 많거나, 비슷한 인원이 존재하는 곳이었다. 물론 성비 구성만 비슷하고, 정체성은 남성 권력 중심의 구도가 많았던 것도 사실이지만, 평직원끼리의 연대감이나 개뼉다구 같은 의리는 없었어도, 모종의 평등감이 존재했던 것은 확실하니까.

요 근래 회사에서 좀 어이없는 일을 몇 번 당하고 나서 지나간 내 일터의 사람들을 다시금 떠올려 봤다. 프로젝트 도중에 박사와 언쟁을 벌이고 튕겨져 나와서, 나 때문에 힘들어했던 사람들도 프로젝트가 끝나고 가지는 뒤풀이에 전화를 해서 불러줄 정도로 모가 났어도 타인에게 '나쁜 자식'으로 평가받을 사람은 아니라고 자평한다. 물론 이런 자평이 오만일지도 모르지만.

어제는 진지하게 트러블이 있던 여성의 여성 선배와 얘기를 해 봤다.

결과는 이상하게도. 이 '여성'도 못 믿겠다는, 기존의 내가 가지고 있던 생각과 대치되는 선입견스런 사고가 꿈틀 거렸다.

무언가 숨기려는 듯한 눈빛, 또 다른 경로를 통해 알고 있던 뒷다마. 그리고 그네들의 뒷담화.



성격의 문제겠지만, 난 뒤에서 씹고, 앞에서 생글거리는 것은 삶에 필요한 지혜라기 보다 스스로의 기만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이런, 특히 남이 보면 지랄맞을 스타일의 성격으로 인해 트러블도 생기지만, 누군가 제동을 걸 필요는 있는 거니까.

집에 와서 곰곰이 생각하다가 열 좀 식히고 잠자고 나면 괜찮아지리라 생각하고 잠들었다가 아침에 일어나도 분이 안 풀리는 걸 보면, 왠만하면 자고 나면 괜찮아지는 성격인데도 이런 걸 보면.

분명 뭔가 뒤틀린 게 크다.

나는 분명히 대화를 시도했고, 번번히 그 대화는 실패했으며, 대화의 기술에 대한 문제라면 글쎄.

남녀의 대화 기술이 다르다는 것이 직장까지 확대 적용되는 건 인정하겠지만, 그렇다고 사람답게 대하는 방법이 다르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어쨌든 살아온 길을 돌아보니, 일에서 내 등에 칼은 꽂은 것은 100% 여성이었다. 고작 10년의 경험을 가지고, '여성과 같이 일할 수 없다'라는 평을 내어 놓는 일은 할 수 없지만. 지금까지 그런 일이 있어도, 한 인격체의 성격이나 가치관의 문제를 삼고, '여성'이라는 성별 구분을 해서 판단한 적이 없었는데.

이번 케이스에서는 계속 그런 생각이 또아리를 틀려고 한다.

어느 여성을 만나도 여성들이 '친구들 간의 우정'이 더 강하다고 얘기했고, 실상도 남성의 그것 보다 뛰어나다고 인정했지만. 혹시 그건 '친구들 간의 우정'이 아니라 '여성들 간의 우정'이 아닐까?

모르겠다.

분명 머리에서는 '인격체의 차이'라고 부르짖으면서 그 '여성들'의 표정과 비열함이 지워지지 않는 건. 어쩌면 여성에게만 등에 칼맞는 내가 병신이겠지만.

Posted by 함장

2006/09/07 09:15 2006/09/07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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