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장이 의식을 규정한다는 얘기가 있어요. 일례로 예비군복만 입으면 개가 되시는 우리 예비역 장병 여러분과, 평소에 품행이 방정맞다가 ROTC복장만 입으면 목청 높여 경례를 붙이면서 - 거 좀 선진화된 군에서는 실례에서 경례 구호 안 붙입니다만? - 11자 걸음 잘 걸어주시는 애들. 그리고 어떤 사람들은 정장만 입어도 몸가짐, 마음가짐이 달라지죠.
뭐 경영학을 배우는 학우들이라 좀 깔쌈하게 입혀야 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 가끔 비즈니스 프리젠테이션도 아닌데 정장입고 발표하라고 하는 교수나 학생들 스스로 자원해서 그러는 모습을 보면 짜증이 나기도 합니다. 물론 다양성의 하나라면 박수칠 일이겠지만 - 복장 규정이라는 게 왜 생기는지 뒤져보면 참 거슬리는 일이거든요.
구글에서 '복장 규정'을 검색해보면 나오는 것이 죄다 '교복'을 입히는 학교들이거나 '제복'과 관련된 기관들이 쏟아져 나오죠. 강단에서 서 본 사람일 경우 이런 경험이 있을 텐데, 학생들의 복장이 통일되어 있으면 수업이 훨씬 편리합니다. 선생이 집중하기 좋죠.
똑같습니다. 교수들 눈에는 반바지에 쓰레빠 질질 끌고 오는 학생이 눈에 거슬리는 겁니다. 실제 수업 진행에 거슬리든, 교수 개인의 권위 의식에 의해 거슬리든 거슬리니 규제를 하려는 거죠.
돈 엄청 들여 박사학위 따서, 그 멋드러진 강의를 펼치는데 감히 반바지에 쓰레빠라니. 짜증나지 않겠습니까?
최근 미국 드라마 'Heroes' 1시즌을 봤는데, 거기서 주인공인 히로 나까무라 - 누가 피터 페트렐리가 주인공이라고 우기는데, 이건 암만 봐도 히로가 주인공인 드라마예요. 혼또 카와이 히로!! - 가 검성의 도를 결국 앤도에게 넘겨주면서 '중요한 건 사람'이라고 얘기합니다.
사실 복장이 의식을 규정하는 건 아니죠. 그 복장을 하면서 인간은 자신 스스로에게 어느 정도의 행동에 대한 허용치를 부여하는 것일 뿐. 그 잣대는 또 서로 다른 겁니다. 어떤 사람은 예비군복을 입을 때도 칼같이 다려 입고, 현역으로 돌아간 듯 열심이죠. 결국 의식을 규정하는 건 사람이지 복장이 아니죠.
위의 복장을 통한 교육 공급자의 태도를 봐도 그러해요. 사실 중고등학교 때 교복을 입히죠. 초등학교는 일부 비싼 명문 사립초등학교를 제외하곤 입히지도 않아요. 가장 산만한 게 초등학생인데 왜 복장으로 통일성과 획일성을 갖추지 않을까요?
중고등학생 때 '감수성'이 예민해서 빈부격차의 임팩트를 줄이기 위해서 '옷'을 통일시킬까요? 나는 길거리 리어카 표 티셔츠 입고, 쟤는 나이키 입어서? 어차피 같은 교복 입고 쟤는 아이팟, 쟤는 PSP, 쟤는 닌텐도, 갖가지 것으로 빈부차이는 확연할 텐데?
초중고 교사든, 대학 교수든, 아마 '히로 나까무라'처럼 득도(?)를 했다면 복장 따윈 신경도 안 썼을 거예요. 그러나 그 속에 숨은 '통제' - 그 통제의 이면에 자본의 힘도 분명히 숨어 있겠지만 - 의 혀를 끊어버리지 않으면 계속 나불댈 겁니다.
대학 교육 결과의 질적 저하는 학생들의 복장과 태도, 그 산만함에서 오는 게 아니에요. 입시 위주의 초중등교육과 마찬가지로, 고등교육도 결국 '취업위주'로 전락해버린, 대학 스스로가 걷는 자괴의 길입니다.
대학도 살아남아야겠죠. 그래서 경영대를 앞 다퉈 내세우죠.
어떤 교수들은 이런 어중이 떠중이 중에 정말 공부할 놈만 하나 찾아내도 다행이라 생각할 겁니다. 그리고 그 외의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는 관심이 없을지도 모르죠.
기본적인 소양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는 나라. 그런데도 학력은 고학력인 나라.
이런 나라에서 고등교육 하시는 분들도 참 힘들겠죠.
그러나 어쩝니까? 일렬로 늘어서서 앞으로 갈 수만 있는 길에, 징검다리 끊기면 앞에 간 사람들이 뒤로 돌을 놓아 줘야죠.
그건 교육의 기본입니다.
복장 통제로 교육을 찾지 말고, 자신들이 삽질하고 있는 커리큘럼에 대해 돌아보세요.
Posted by 함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