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구매하고 나서 생긴 버릇이 하나 있는데, 어떤 매장에든 들어갈 때 마다 전원을 켜 본다는 것이다. 이유인 즉, 바로 무선 인터넷 때문인데, 꽤 많은 곳에서 접속이 가능한 것을 확인하게 되니, 대한민국이 무선 인터넷 강국이라는 점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
요즘 보통 한 가구에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단말기가 한 대 이상으로 놓여있다. 데스크탑 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노트북이며, Play Station 2도 네트워크 플레이가 가능한데다가, TV도 인터넷이 연결되어 웹서핑을 즐길 수 있는 분위기이니 말이다.
그러나 전자제품이 늘어날수록, 전선들은 꼬여만 가고, 쌓여만 가고, 엮여만 간다. 그런 면에서는 인터넷도 마찬가지다. UTP 선이든 다이렉트 케이블이든, 집에서 한 대 이상의 네트워크가 인터넷에 접속하기 위해서는 랜카드가 메인 인터넷 서버에 두 개 이상 설치되어 있거나, 인터넷 공유기를 사용하는 방법을 택해야 한다.
이는 일반 가정뿐만 아니라 사업장에서도 마찬가지인데, 계산하는 곳에 놓인 매출용 컴퓨터와 매장 뒤 사무실에 있는 DB용 서버가 연동이 되어있거나, 이를 인터넷으로 연동시키는 솔루션들이 등장하면서 모든 컴퓨터가 웹으로 연결되어야 하는 상황들이 많이 연출된다. 물론 규모가 큰 사업장의 경우 내부 인트라넷이라던가, 그 외의 솔루션이 등장하겠지만, 작은 음식점 같은 매장에서 매출관리를 전산화하는 단계에서는 오히려 값싼 솔루션들이 기존의 웹 인프라를 사용하는 면에서는 훨씬 효율적일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매장 내부의 거리와 배선 문제를 고려해봤을 때, 무선랜의 기능은 탁월한 효율성과 합리성을 보여주며 사용자들에게 꽤나 편리한 솔루션을 제공한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매장 사업자들이 모두 네트워크에 대한 기본 지식이 없을뿐더러 무선과 유선의 차이가 그저 ‘선’의 유무로만 알고 쉽게 생각하면 곤란하다.
전문가들이 와서 보안상황을 점검해주는 곳이라면 이런 일이 없겠지만, 꽤 많은 매장이 그렇지 못한 상황에 놓여져 있다. 아마 아르바이트 학생이나, 주위에 약간의 지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권유해 준 ‘유무선공유기’에 혹하여 일단 설치하고 그 편리한 효능을 체험하고 즐거워하기만 하면 곤란하다. 당신의 컴퓨터가 위험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윈도우의 파일이나 폴더를 공유하는 설정을 사용하는 경우, 그들의 공유된 파일과 폴더는 네트워크 현황에 그대로 나타난다. 예컨대 누군가 유무선공유기를 설치하고 유선으로 연결된 서버 컴퓨터의 파일을 공유시켜 둔다면 그 공유기 반경 몇 미터 안에서 무선으로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환경의 사용자들은 쉽게 그 공유 환경에 접근할 수 있다.
일반 가정집에서도 이런 현상은 즐비하게 발생하는데, 두 컴퓨터 사이의 파일을 교류하기 위해서 공유 폴더를 설정해 놓는 것은 기본이며, 귀찮다는 이유로 드라이브를 통째로 공유 시켜 놓기도 한다. 그러나 만약 여러분이 ‘유무선공유기’를 사용하고 있다면 이런 설정은 반드시 세부설정을 이어줘야 위험을 피할 수 있다.
우선 폴더나 파일을 공유할 때, 분명히 접근 암호를 부여하도록 한다. 이는 당연한 상식이나, ‘유무선공유기’가 마치 ‘자신의 네트워크’라는 착각에 이를 잠깐씩 잊어버리는 사용자들이 있다. ‘유무선공유기’의 경우, 안테나 성능이 좋으면 옆집 혹은 윗집에서도 신호가 잡히며 접근할 수 있다.
두 번째는 공유기에 접근하는 사람을 제한해야 할 경우, 무선 인터넷 접속자의 경우 해당 기기가 가지는 고유번호인 MAC address를 등록하여, 등록된 무선 사용자만 공유기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보통의 ‘유무선공유기’의 경우엔 이런 기능이 탑재되어 있으며, 혹여 탑재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접근 암호 정도는 부여할 수 있는 기능들이 내재되어 있을 것이므로, 이를 사용해야만 한다.
위의 두 가지를 지키지 않을 경우 잠시 잠깐 사이에 여러분의 컴퓨터는 위험에 노출된다. 내가 들러본 매장 중 몇 군데는 그 매장 안 컴퓨터 내부에 있는 ‘공인인증서’폴더도 볼 수 있었으며, 매출 상황 엑셀파일 등도 눈에 띄었다. 종업원의 주민등록번호가 기재된 이력서도 눈에 띄었으며, 이런 소홀한 관리가 ‘인터넷 천국’이 아닌 ‘인터넷 지옥’을 만들어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군대에서 흔히 얘기하는 ‘보안은 생명이다’가 어느새 우리 사회 깊숙이 자리 잡았다. 인터넷 인프라는 세계 최고의 수준을 구사하면서, 전문 사용자가 아닌 일반 사용자는 기본 보안 개념도 없는 사람이 많으니 말이다. 물론 이는 전적으로 네트워크 장비의 설정 방법이 너무 전문적이거나 ‘매뉴얼’이 허술하기 때문이다. 일반 사용자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단어에 대한 설명이 페이지 부족으로 힘들다 하더라도, 그들이 가장 주의해야 하는 사항만이라도 쉽게 인지하고 적용시킬 수 있는 알기 쉬운 매뉴얼이 꼭 제공되어야 한다. 물론 우리나라 사람들 매뉴얼 잘 안 읽기도 유명하지만 말이다.
P2P의 천국, 무선 인터넷의 천국. 아무 생각 없이 당신이 공유해 둔 대학생의 ‘리포트’를 통해 학번이 노출되고, 아무 생각 없이 공유해 둔 ‘이력서’를 통해 주민등록번호와 주소, 전화번호가 도용되는.
우리는 편리하고도 무서운 사회에 살고 있다.
Posted by 함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