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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4/04/14 공동경비구역 JSA by 함장 (16)

공동경비구역 JSA

어제 OCN에서 또 봤다. 이토록 잔잔하고 인간적인 고뇌의 사무침을 느끼는 한국 영화가 또 있을까.
단일 민족이며, 언어를 같이 쓰고, 같은 역사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세계 유일한 분단 국가.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얼굴한번 본적 없는 커뮤니티에 아는 사람도 형, 아우 하는 세상에. 같은 민족, 같은 말 쓰는 사람들이 왜 '호형호제'를 못한단 말인가.

수혁: (큰 소리로) 개새끼들아, 그냥 가면 어떡해!

두 인민군, 멈춰서 돌아본다.

경필: 니가 가랬잖어?

수혁: (울음을 터뜨리며) 가까이 오지 말랬지, 언제 가라구 그랬어, 이 씹새끼야....

마주 보는 경필과 우진. 다시 멀뚱멀뚱 수혁을 바라본다.

수혁: 살려주세요....

경필:(안쓰러워 하며) 울지 마라, 야....

서로 총을 겨누고 있지만. 결국에 사람 목숨은 중요한 법. 전쟁이 왜 필요한가? 독재와 폭압속에서도 조용히 살아왔던 사람들은 비겁자가 아니다. 목숨이 자유보다 더 소중했을 뿐이다. 그렇게 서로 총을 겨누면서도 생명의 은인이 되는. 남한병사에겐 살포시 북풍이 불어온다.

어딜 가나 청춘남성들이 열광하는 포르노 잡지. 그렇다. 그들은 사람이었다. 가슴이 따뜻한. 전국 어딜가도 어릴 때 하는 놀이인 공기놀이, 팔씨름, 닭싸움....... 그들은 같은 추억을 공유하고 있다.

'형..... 안내려 갈래?'

형제임에도 불구하고. 선을 긋고, 이쪽 아니면 저쪽을 나누어야 하는. 서로를 인정치 못하는 한마디. 왜 나누어야 하는가? 그리고 나누었다면 왜 서로를 인정치 못하는 가? 존재하는 것을 가린다고 존재자체가 사라지는 것이 아닌 것을.

결국 그들의 행복한 순간은. 그렇게 끝이 나버렸다. 급박한 긴장감속에 침착함을 잃은, 총을 빨리 뽑는 수혁에게 우진이 죽고, 불행인지 다행인지 모를 총기고장으로 경필은 살아남는다. 이 얼마나 비극인가. 그토록 즐겁고 행복했던, 가족과도 같은 그들이. 그렇게 서로의 총에 죽어 나가야 했던. 그렇게 우진은 생일날 죽음을 맞이했다.

그런 상황에서도, 동생들의 미래를 생각하며, 빠른 판단력과 대담함으로. 상황정리를 하는 경필의 모습은 눈물에 겹다.
'수혁아!'

라 불러세우고 상황의 완성을 위해 자신에게 눈빛만으로 총을 맞겠다는 각오를 하는. 그리고 그런 형에게 눈시울을 붉히며 다시금 총을 겨눠야 하는. 그리고 그제서야 침착함을 되찾는 수혁.

우리 민족은 이런 슬픔을 간직한 채 살아가고 있다.

언제까지 지속될지도 모르고, 어떻게 끝이 날지도 모른다. 이런 우리의 상황이, 정치적으로 악용되고, 이산가족의 눈물로 슬퍼질 때가 언제쯤 그쳐질지.

나는 아직도 판문점 도끼만행사건과, 김신조 일당, 강원삼척지구 무장공비 침투사건, 서해교전을 잊지 못한다.

삼척에서 수색대가 비트를 확인하려 산등성을 찔러대며 올라갈 때 느낀 그 공포심, 고속정에 쏟아지는 기관포격. 여기저기서 질러대는 핏빛 비명소리. 그런 공포심이 분노로 변할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하지만.

결국에 우리는 사람이다.

수혁이 우진을 죽였다는 사실의 자괴감에 자살하듯.
결국 우린 서로를 향해 겨눠서는 안된다.

간만에 영화보면서 울었다.

Posted by 함장

2004/04/14 12:55 2004/04/14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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