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가던 날

언제나 그랬듯이, 고향 가는 버스에서 내려서서 사진기를 들고 혹시나 바뀐 풍경은 없는지, 익숙한 풍경은 어디로 갔는지. 그렇게 찾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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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도 엄청 늘어서, 이젠 골목마다 자동차입니다. 여전히 즐비한 다방도 보이죠. 아마 전국에서 다방 등록이 제일 많은 도시일 겁니다. 영주에 테이크 아웃 커피점이 몇 군데 생기긴 했습니다만. 그래도 쌍화차에 계란 동동 띄워주는 다방만 하려고요. 당구장에서 다방커피 내기도 주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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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설 대목이라고 재래시장은 아침부터 북적입니다. 아무리 세상이 어려워도 명절은 보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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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도 담배하나 꼬나 무시고 둘러보러 다니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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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점 아지매랑, 할매도. 어서 팔고 집에 일찍 들어가셔야 할 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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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정비한 옷 상가는 한산하군요. 하긴 설 연휴에 장사 잘 될 곳은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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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가 얼마나 안 좋은 지 올라가던 건물이 몇 달째 멈춰 있다네요. 걱정 많으신 제 아버지는 저러다가 T-타워(건물 지을 때 무거운 짐 옮기는 노란색 기중기) 무너져서 사람 다칠까 걱정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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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 사람들이 어디 보증 잡힐 거나 있겠어요. 맨날 '일수' 끌어 쓰다가 재산 다 날리기 '일쑤'죠. 더불어 영주 사람들은 '가난한 선비' 근성이 있는지 왜 돈도 안되는 육군종합행정학교 이전을 바라는지. 저거 와봤자, 면회 오는 부모들 돈 쓰고 간다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10년 안에 모병제로 바뀔지도 모르는 판에 왜들 저러는지 원. 공공기관만 바라보는 지방 중소도시의 모습이 안쓰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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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올 봄에는 저 길 한 가득. 벚꽃이 피겠지요.

예쁘게, 예쁘게.

저 길을 걸으면 그래도 행복할 겁니다.

Posted by 함장

2007/02/22 00:57 2007/02/22 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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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가는 길 (3)

이제 후배 녀석들도 하나 둘 졸업을 하고 각지로 흩어져서 고향에는 취업을 준비중인 녀석들만 남아있습니다.


간만에 만나서 저녁이라도 한끼 할까 했죠


다들 근심이 많을 나이.


냉면이 싫은가?


뭐 내가 먹자고 한 건 아니니까.


고향 중앙통입니다. 영화 『짝패』에 '본전통'이라는 거리가 나오는데 청주에 조흥은행 앞이 그 이름이듯, 각 지방 도시에는 흔히 얘기하는 '명동거리'라는 아주 작은 번화가가 있죠.


상당히 보수적인 동네인데, 역시나 신세대 답게(?) 길에서 담배를 뭅니다. 뭐 원래 제가 담배를 안 피우는 데다가 후배들에게 '하지마라' 스타일로 얘기한 적이 없기 때문에, 자유롭죠.


중앙통 사이로 난전들이 즐비합니다. 돌출간판과 너저분한 전기선들. 스파이더맨이 다니긴 어렵죠.


보세 옷 가게, 난전에서 내다파는 배추, 콩, 도라지...


도무지 젊은이들이 '취업'을 하려면 어떻게든 대도시나 서울로 빠져야 하는 뼈아픈 대한민국.


그래도 하늘처럼. 희망가득 후배들의 앞날이 푸르길 빕니다.

Posted by 함장

2006/08/01 08:53 2006/08/01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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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가는 길 (2)

이제 아버지 생신에도 생일 축하 노래를 손녀가 부르는 날이 왔습니다.


생일 전 날인데, 그저 생일 케이크가 먹고 싶은 녀석이 어서 빨리 불끄라고 성화여서 아버지 생일 전날에 해결해 버렸죠.


둘째 손녀는 촛불이 마냥 신기한 듯 쳐다 봅니다.


형은 자기 딸이 노래하는 모습에, 아버지에게 손녀가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주는 사실에, 마냥 즐겁기만 합니다.


얼씨구, 지 생일도 아닌데 할아버지보다 먼저 봅니다?


둘째 조카는 사진기가 신기한 듯 쳐다 봅니다.


첫째 조카도 마찬가지군요.


아버지도 오랜만에 가족이 모이니 즐거우신가봅니다.


어머니도 두 손녀의 재롱에 즐거운 듯, 하긴 재미없는 삼부자 속에서 평생을 보내셨으니.


첫째처럼, 요 녀석도 얼마전에 병원에서 큰 수술을 했죠.


그래도 둘다, 개구지게 클 겁니다.


오전이 되자, 비가 대충 그치면서 가까운 온천으로 갔습니다.


장마인데도 싱그러운 느낌도 들고.


고향다운 운치도 나고.


신선이 따로 없죠.


여름 피서지로도 딱이라니까요.

Posted by 함장

2006/08/01 08:39 2006/08/01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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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가는 길 (1)


중앙고속국도가 생긴 이후로는 줄곧 동서울 터미널에서 버스만 타고 내려간다. 기차보다 무려 1시간이나 빨리 가며, 도심에 바로 접근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장마철의 터미널은 그래도 나은 편이다. 천막으로 이루어진 버스 시설은 오히려 땡볕에 후덥함을 풍기기 때문에, 그나마 비오는 날 시원함은 고향길에 꽤 괜찮은 동반자다.


버스 터미널 옆에서 사는 사람들은 창밖으로 보이는 유동인구를 어떻게 생각할까?



좌우로 늘어선 지명들에서 뿜어져 나오는 형광등의 빛깔이 마치 고향 재래시장의 간판을 연상케 한다.

Posted by 함장

2006/07/27 21:11 2006/07/27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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