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D에 대한 작은 변명

"오빠, 사진 잘 찍나봐요?"
"아니, 찍기 시작한지 1년도 안 됐어"
"카메라 비싸 보이는데요?"
"비싼 사진기라고 잘 찍는 건 아니지"
"그럼 왜 비싼 걸 샀어요? 싼 걸로 먼저 실력부터 키우고 비싼 거 사는 게 좋지 않아요?"
"글쎄, 적용하는 것에 따라 다르겠지만, 내 경우엔 사진 분야에서는 내가 뛰어 놀 수 있는 가장 넓은 데서 시작하고 싶었어"
"비싼 것을 100% 사용할 수 없으면 비효율적인 소비잖아요"
"글쎄다, 사실 내게 사진기에서 필요한 기능은 아직 많지 않지만, 그 필요한 기능이 비싼 기기에만 있는 것도 사실인데다가, 궁극적으로 난 사진을 잘 찍고 싶다는 생각보다, 내가 보는 것들을 정해진 틀 안에 담고 싶은 일을 하고 싶을 뿐이야. 기교라던가, 아니면 뭐랄까, 전문가의 구도? 이런 거는 내가 추구할 게 아니거든. 취미도 전문적으로 가지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그저 '도구의 취미'로 쓰는 경우도 있지"



사실 사진의 '사'字도 모르는 내게 5D라는 물건은 분명 분에 넘치는 기기라는 걸 안다. 그러나 나는 찍고 싶고, 내 손 떨림을 보정해 줄 비싼 IS 기능 보다는, 그나마 가장 밝은 렌즈와 함께 ISO가 3200까지 올라가며 - 이러면 셔터 스피드가 어느 정도 확보 되어서 사격하듯 심호흡 하고 찍으면 그나마 선명하게 나온다 - 시원한 1:1 프레임이 필요했을 뿐이다.

350D로도 충분하지 않았냐고 물으신다면, 그렇지 않았다. 장비 병에 걸린게 아니라 그저 흔들리는 게 싫어서 밝은 렌즈로 한번에 간 거고, 그 렌즈 풀 사이즈로 쓰기 위해 1:1 프레임을 고른 거다.

미쳤다고 해도 좋다. 다만, 350D를 반년 가까이 쓰며 4,000 컷을 못 넘긴 반면, 요건 재미가 있어서 한달만에 8,000 컷을 넘어가고 있다.

내가 사진을 아는 것도, 사진기를 아는 것도 아니지만. 장비병은 없거니와, 업글 병은 더욱 없다. 『오멘』에 나왔던 니콘의 연사속도에 혀를 내둘러도, 내가 그 연사속도 쓸일 없다. 아버지께 물려 받은 수전증은 아버지의 그것을 넘어선지 오래고, 걸레가 된 망막은 선명함에 대한 목마름을 갖게 한다.

5D의 기능, 현재 100% 소화 못하고 있다. 그러면 어떠랴, 알아가는 재미로 언젠가는 100%, 5D의 운동장을 가득 돌아볼 날이 올텐데.

더 좋은 기술, 더 좋은 방식이 나오면 누구나 손 대보고 싶다. 업글병도 도지겠지. 그저 내 감상용, 크게 현상할 일도 없는 그저 웹에서 1,000 픽셀을 넘지 못하는 감상용. 그 즐거움을 위해 지금의 5D는 분명 분에 넘치고 충분하다.

그래서 5D로 간 거다. 다음 업글? 나도 모른다 - _-)a

Posted by 함장

2006/06/28 01:17 2006/06/28 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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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luther 2006/06/28 01:23 # M/D Reply Permalink

    요즘 시간 많으시다고 바로 전 글에 ㅋㅋ
    방금 올리셨네요!?!?
    곧 연락드리것씁니다 ㅋ

    1. 함장 2006/06/28 12:14 # M/D Permalink

      ㅋㅋㅋ 션한 맥주? 아니면 삼겹에 쐬주?

  2. Caleb 2006/06/28 03:53 # M/D Reply Permalink

    5D.... 크...

    제가 정말 다시 사고 싶은 카메라 1순위 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5D의 가장 큰 장점은..
    고감도에서의 저노이즈와..
    캐논 바디이면서 캐논 답지 않은 그 색감입니다..

    현재 30D를 쓰고 있지만..
    정말 5D를 쓰면서 느꼈던 저노이즈와 색감은..
    잊혀지질 않더군요... ㅜ.ㅜ;;

    1. 함장 2006/06/28 12:14 # M/D Permalink

      쿄쿄쿄 다시 도셔 오소셔 -0-

  3. 대머리 2006/06/28 10:49 # M/D Reply Permalink

    아...350D가 그리 부족한가요? 저도 지금 S7000처리하고, 퇴직금 받으면 350D쪽으로 붙어 볼까 했더만.다시 생각해 봐야 겠군요. 저도 장비에 관련해 서는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려. 그리고 밝은 렌즈에 대한 희망은 저도 매 한가지...셔터 스피드를 확보한다는 것은 피사체 포착의 기회를 두배이상 확대해 줄 수 있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음...5D라..한번 가격검색해봐야겠군요. 이거 얼마 안되는 퇴직금....

    1. 함장 2006/06/28 12:16 # M/D Permalink

      350D 작고 가벼워서, 수전증이 많은 제게는 잘 흔들렸고요, 모든 크랍바디가 그러하듯, 렌즈 끼워도 다 커버가 안 되어서 좀 답답한 면도 있었사옵니다^^

    2. 대머리 2006/06/28 17:36 # M/D Permalink

      음...5D 가격검색해 봤습니다. 절망....포기합니다. 300만원이 넘을 듯 하더군요. 신품은...그리고 그 정도 카메라 들고 다니기도 부담스럽겠습니다. 이건 뭐 보물을 들고 다니는 것이나 매 한가지 일 듯...ㅋㅋ...
      포기하고, 다른 기종을 한번 알아봐야 겄습니다.

    3. 함장 2006/06/28 22:37 # M/D Permalink

      저도 할부로 질렀습니다 --;;;

  4. 고추맨 2006/06/28 11:25 # M/D Reply Permalink

    오빠라구 님하를 부르는 아낙은 요새 만나시는 분이시냐?

    1. 함장 2006/06/28 12:16 # M/D Permalink

      ....... 내 같이 수업 듣는 여자애들이 죄다 나보다 6~7살 어리오..... 오빠라고 불러주는 게 다행인게지 - _-)a

  5. dictee 2006/06/28 13:06 # M/D Reply Permalink

    능력 내에서 쓰고 싶은 기종 쓰는 거죠.
    취미생활인데.

    1. 함장 2006/06/28 22:26 # M/D Permalink

      켜켜켜켜

  6. 윤군 2006/06/28 13:16 # M/D Reply Permalink

    이 글을 읽으면서 제게 찾아오신 지름을 접신할 준비를 하고 있다지요 아하하~ 이건 아니잖아~ 이건 아니잖아~

    1. 함장 2006/06/28 22:27 # M/D Permalink

      그거 재밌다고 하더군요 '이건 아니잖~아'

  7. dawnsea 2006/06/28 20:24 # M/D Reply Permalink

    비겁한 변명입니다~~

    간만이에요~ ㅎㅎㅎ
    그리고 우측에 "가난한 사랑노래"가 부끄럽지도 않습니까;;
    ㅎㅎㅎ -_-;; -_-;;

    그리고 저도 5D 씁니다.
    물론 하류층의 최선인 미놀타 5D죠 -_-;; -_-;; -_-;;

    1. 함장 2006/06/28 22:36 # M/D Permalink

      후후훗, 감성이 가난한 게지요 움홧홧홧 --)a

  8. pie 2006/06/28 21:23 # M/D Reply Permalink

    일일 사진사로 프리랜서 뛰셔도 되겠다는 ^^;;;
    사진도 잘찍으시는 함장님. 조만간 사진기 값 마무리 지으실 수 있을 듯하네요.ㅋㅋ

    1. 함장 2006/06/28 22:37 # M/D Permalink

      돈 못 받는 프리랜서는 잘 뛰지요 캬캬캬

      사진기 값을 언제나 마무리 지을지 -0-

  9. alice 2006/06/29 10:27 # M/D Reply Permalink

    늘 그런식으로 나한테 버거운 기능이 든 물건을 사곤 했었는데 이제 함장님처럼 생각하면 되겠네요.. ㅋㅋ
    알아가는 재미로.. 쓰면 되지~~

    참, 그때 구입하신 IPOD 비디오는 잘 쓰고 계신답니까..?

    1. 함장 2006/06/30 02:18 # M/D Permalink

      켜켜켜 그렇죠 알아가는 재미 ㅋㅋㅋ, 넵 아이팟 비됴로 101번째 프로포즈도 보고, CSI도 보고 재미나게 잘 쓰고 있습니다^^

  10. 우득 2006/07/12 14:11 # M/D Reply Permalink

    현명한 선택이였음 ^^b
    전 지금 5d냐 아니면 1ds냐에 고민중입니다.
    개인적으로 1ds로 가고싶은데 중고 정품 매물 없어요 T_T

    1. 함장 2006/07/12 17:51 # M/D Permalink

      ㅎㅎㅎㅎ 매물 나오면 바로 가시는 거근요 --)b

  11. 엘리타쥬 2006/08/02 12:33 # M/D Reply Permalink

    350D를 쓰는 제가 사진이 떨리는 이유가 가벼워서 였군요. (...)

    1. 함장 2006/08/02 22:21 # M/D Permalink

      ㅎㅎㅎㅎ 셔터스피드 확보는 필수! ^^

  12. 스티치 2006/08/04 11:29 # M/D Reply Permalink

    함장쿤은 지름쟁이~*

    350D 이제 몇달됐나.. 넉달정도 됬나.. 나도 다른건 다 재끼고.. 펜탁스 색감이랑, 오디의 풀프레임이랑, 로모의 비네팅이랑, 니콩의 스피드를..;; 아 놔..;;;;

    우쨌든 최근 포토프린터+무한잉크를 질렀삼. 쵝오삼.

    1. 함장 2006/08/06 07:59 # M/D Permalink

      무한잉크는 또 뭐시기요 - _-)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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