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스포츠

히선생님이 말한다.

"내가 뭐라 했죠?"

국대 대답한다.

"우리들은 강하다!"



난 그렇게 좋아하는 스포츠가 없다. 일일이 챙겨 보는 것도 없고, 한일전이나, 월드컵도 그때 그때 약속이 없으면 아니 본다.

그래도 신문이나, 뉴스에서 '승리'가 나오면 반가운 이유는 사실 그게 '우리 팀'이라서기 보다는 '약하게 인식된 팀'이라서다.

몇 달 전, 월드 베이스볼에서도. 그 누구도 한국 야구를 주시하지 않았기에, 그 연이은 승전보가 즐거웠던 거고, 2002년 월드컵도 그리해서 즐거웠다.



2002년 당시 외국의 한 언론은 한국 선수들을 '특이하게' 생각했다. 도대체 넘어져서 아프다고 굴러도 될 법한데, 넘어지면 튀어올라 공부터 쫓아가는 선수들이 빅리거들과는 달리 '순수하게' 보였을 테니까 말이다.

프랑스 월드컵이었나? 미국 월드컵이었나? 우리 선수들 붕대 감고, 울면서 게임하고 졌던 그 경기. 유상철부터 시작해 온 몸으로 공을 막아가며 졌던 그 경기에서 패배감보다, 비참함과 함께 그런 '약자'임에도 끝까지 벌이는 '투혼'을 봤다.

그래. 그게 투혼이었다. 서양 애들의 경기 방식이 아닌. 솔직한 경기. 아프면 아프다고 구르고, 안 아프면 벌떡 일어나 공에 대한 집념으로 덤벼드는.



나도 안다. 이제 우리나라 국대도 어느 정도 수준이 있어서, 홍명보 말마따나 이젠 '4강'에 오른 팀이라는 걸 잊지말고 다른 나라 국대들을 '깔아보는' 얼굴을 할 필요가 있다고.

그리고 16강 이상을 노리며, 2002년에 8강부터 눈에 띄던 체력 저하를 고려해서 첫 게임에 체력을 아끼려 공을 돌리던 '합리적'인 모습은 그저 스타일일 뿐인 것을 안다.



그래도 난 후반전에 그 토고의 머리띠 한 스트라이커를 응원할 수 밖에 없었다. 거의 원맨팀에 가까운 몸부림. 난 그가 기적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응원해 줬다.

결국 기적은 보지 못했지만. 난 그렇게 '약하게 평가 받던 팀'이 이기는 경기가. 그토록 감동이고 재미있을 수밖에 없다.



분명 2002년 우리의 목표는 월드컵 첫 승과 16강 진출이었다. 목표가 달성되면서 지금껏 받아오던 '약체 팀'의 허울을 하나씩 벗어나고. 심지어 히딩크의 '나는 아직 배가 고프다' 한마디에 전율에 가까운 설렘을 받았으니 말이다.

월드 베이스볼에서도 일본을 두 번 이긴데다가. '메이저리거'들을 이겼다는(야구는 분명 팀웍 경기가 아니다)그 흥분은 '우리'가 아니라 '약한 팀'이 이겼기 때문이다.

그리고 2006년 현재. 내가 아직 우리 국대를 응원하는 이유는 아직도 프랑스나 스위스보다 우리가 약한 팀이라는 인식. 바로 그 때문이다. 그리고 난 그 두 경기에 사력을 다해 응원하겠지.



좀 일찍 일을 끝내고 내일은 아침 일찍 학교를 가야해서 집에 가 눈 좀 붙이려 했건만, 택시는 붙잡이지 않고, 새벽인데도 혼잡하다. 홍대 쪽엔 거의 반라의 여성들이 내 '눈만' 끌어가고 - 심각하게 고민중인데, 확실히 나와 비슷하게 스포츠 별로 안 좋아하는 사람이랑 사귀어야 해!! --;;; - 여전히 광란의 밤은 지속된다.

확실히. 여기 홍대 쪽은. 아마 내 보수적인 성향을 아무리 희석해도 평생 적응 안 될 곳이다.

온통 새빨간 옷 사이로, 허연색 반팔 셔츠에 커다란 가방을 매고, 졸린 눈을 비비며 퇴근 길을 고민하는 나는 여전히 대한민국 아웃사이더.

인사이더로 들어갈 생각은 없지만.



이렇게 가끔 외롭다.

Posted by 함장

2006/06/14 02:48 2006/06/14 0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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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버디 2006/06/14 08:08 # M/D Reply Permalink

    좁고 험한 길이 바른 길인 경우가 많죠. 몇없는 동지들이라도 일당백 하게 될 터이니 기뻐하세요.

    1. 함장 2006/06/14 11:15 # M/D Permalink

      호호호, 눼이~

  2. 라이 2006/06/14 08:29 # M/D Reply Permalink

    난 홍대앞이 좋던데. 시원하게 내 놓은 언니들도 많고, 머리 길고 섹쉬한 오빠들도 많고. 난 개인적으로 홍대 앞은 백배 더 파격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참 그리고 함장님, 스포츠 안 좋아하는 여자들은 많다는... 걱정 마시라.

    1. 함장 2006/06/14 11:16 # M/D Permalink

      고향 친구들과 늘 얘기하는 거지만. 정말 홍대는 적응 안 됩니다^^

  3. Daisy 2006/06/14 09:36 # M/D Reply Permalink

    월드컵 분위기를 타고 '눈만' 끌어가던 그 여인네들이 과연 '스포츠'를 좋아해서 일까? 하는,, 내용과는 별 상관없는 생각을 해보네요. 씨익.

    1. 함장 2006/06/14 11:16 # M/D Permalink

      씨익^^

  4. 대머리 2006/06/14 10:41 # M/D Reply Permalink

    Outsider에 情을 품으시는 것은 저와 비슷하구만요. 하하하...전반전에 어찌나 짜증을 냈던지. 저도 기억나는 그 토고 선수, 기숙사 방짝과 무지 웃기게 봤습니다.
    '저 사람 뭐지?' ㅋㅋㅋ...

    허나 후반부 공 돌렸던 것은 못네 아쉽네요. 군대서 공찰때 전 죽어라 숨이 컥컥 막히도록 열심히 뛰어도 고참들의 묵직한 주먹과 발길질은 피해가질 못했거든요. 열심히 안 한다고..너무 일찍 돌린 것 같습니다. 더구나 골대앞 프리킥도 후방으로 돌렸으니 말이죠...

    1. 함장 2006/06/14 11:17 # M/D Permalink

      아마, 이천수 성격에는 슛을 쏘고 싶었을 거예요^^

  5. mummy 2006/06/14 12:33 # M/D Reply Permalink

    저는 어제 노란색 옷을 입었었는데, 다들 이상하게 쳐다보더군요...
    아웃사이더로 살아가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1. 함장 2006/06/15 02:07 # M/D Permalink

      그러게요^^

  6. 꽃미남하기 2006/06/14 18:54 # M/D Reply Permalink

    나도 홍대앞 데려다주세요~
    오늘 아침 10시에 시험인데 저녁 7시부터 버스타고 체육관가서 응원했다는 ^^; 4년전 훈련소 시절에 말로만 듣던 응원을
    직접해보니 감회가 새로웠어요. ㅋ

    1. 함장 2006/06/15 02:07 # M/D Permalink

      그랴, 미치지만 마라 ㅋㅋㅋ

  7. 연어 2006/06/16 23:38 # M/D Reply Permalink

    전 공중파 3사에서 하루종일 때려주던 예고편을 보다 고만 지쳐버려서 본게임은 보지도 않았답니다.-_-

    1. 함장 2006/06/21 05:29 # M/D Permalink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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