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다툼이 있던 글은 사나흘 후에 잠잠해지면 쓰는 데, 보통 때 보다 좀 길어지길래, 한번 들춰볼까 한다.
두 가지 관점으로 접근해보려 한다. 타인의 옷을 입는 자유, 그리고 남성의 '성적 매력'에 대한 시각의 차이.
먼저 몇몇 글에서 보면 자폐님의 글이 남성 전체를 도매급으로 비난했다고 쓰시는 분들이 계신데, 이전 글에서도 밝혔 듯, 자폐님이 '정리한' 글만 보면, 매우 침착하고 조심스럽게 시선 구분부터, 확실하게 '극 소수의 악질 남성'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음은 명백하다.
어차피 자폐님도 더 이상 이야기에 오르길 싫어하실 것 같으니 내 얘기를 해보자.
우리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은 여성이 미니스커트를 입고 다니든, 란제리 룩으로 다니든 자신이 입고 싶은 것을 입고 아무런 신체적 자유를 방해받지 않으며, 거북한 시선을 받지 않는 사회의 이룩이다.
거북한 시선이란 빤히 보는 것도 의미한다는 점에서는 많은 분이 공감할 것이다. 물론 그 '빤히'라는 것도, 그 눈빛에 음탕함이 묻어나는가에 따라 다르긴 하겠지만. 그 어떤 잣대로도 그 사실을 정확하게 측정해내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진중권씨의 견해처럼, 신해철이 100분 토론에서 복장을 어떻게 입었든 우리는 타인의 '복장'에 대해 강요하거나, 참견할 권리따윈 없다. 고로 어르신들의 딸래미 걱정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 자기들이나 노래방가서 도우미 찾지 마시라.
흔히들 얘기하는, 미니스커트를 입고 공공장소를 활보하며 노출시키는 권리가 있다면 '볼품없는 다리'를 안 보고싶다는 권리도 있다는 것. 이거 상당히 무서운 논리인데, '보고싶지 않은 권리'의 잣대가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이라면 반대로 '입고 활보할 권리'도 분명히 개인적인 취향이다. 서로 잡아먹는 논리가 되는데, 보고싶지 않은 권리라는 것이 웃긴 이유는 시야권에 들어오는 모든 것에 대해 자신이 재단해서 호불호를 판단하여 그를 이해시키라는 것은, 현대사회의 합의하에 이루어지는 모든 활동을 비롯하여 '의식주'의 다양성까지 말아먹어버리는 말도 안되는 논리인 것이다.
다리가 굵어서 이쁘지 않다고 하자. 그 이쁨의 기준도 천차만별인데다가, 오로지 '이쁘지'않다고, 그게 시각에 대한 폭력이라는 논리는 어처구니 없지 않은가? 왜? 뚱뚱한 사람이 이쁘지 않아서, 빼빼마른 사람이 이쁘지 않아서 눈에 안보였으면 한다는 논리와 무엇이 다른가?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이야기는 이제 밀어내고, 그 '중년'들의 시선. 그리고 '성폭력'운운하는 시선을 말해보자.
미니스커트가 성폭력을 유도하고, '중년'들은 그저 자신의 딸 같아서 그리 걱정하는 눈빛을 보내는 심정. 그래 이해 못할 것은 아니다. 우리 아버지 한나라당 좋아하는 것도 이해하는데, 그까이꺼 뭐 이해 못하랴만은.
원칙에 위배된다.
그들의 노파심 섞인 눈빛이든, 변질되어 변태스러운 눈빛이든. 그들은 여성의 미니스커트 입을 권리, 노출이 좀 심한 옷을 입는 것에 대해 오지랖 넓게 충고할 권리가 없다.
이 얘기는 정동영의 선거 때 발언, '나이드신 어르신들은 투표하러 아니 나오셔도 좋습니다'와 동일하게 보여서 싸가지 밥말아먹은 것으로 보이기 쉬우나. 분명 다름을 얘기해보고자 한다.
가끔 나는, 한국 사회의 밤거리는 서구사회보다 안전하다고 주절거린다. 이는 여러 경로를 통해 알아본 바로, 꽤 신빙성 있는 이야기라 자주 확언하듯 내 뱉는다.
그도 그럴것이.
신촌 한 길바닥(지방에 계신 분을 위해 첨언하자면, 연세대학교 정문 쪽의 흔히들 '신촌'이라 부르는 곳은 불야성이어서 동이 터올때까지 꽤 많은 사람들로 붐빈다.)에서 한밤중 혹은 새벽에. 어떤 여성이 미니스커트 입고 술에 취해 비틀거리다 한쪽 구석에 쭈그려 있어도, 꽤 많은 사람들의 측은한 시선을 받을지언정, 이 여성이 주민들의 신고로 파출소로 가거나, 지인들에게 부축되어 어딘가로 가기전까지는 안전하다. 물론 똑같이 술먹고 개가된 남성이 옆으로 접근하거나 의리의 열혈남아가 접근하는 경우도 있긴하나, 전자는 또 다시 주변을 지나가던 '의리의 열혈남아'가 떼어주기 쉽상이고, 후자는 오해받기 쉽상이니 될 수 있다면 4천만의 안전요원 112를 이용하는 센스를 발휘하기 바란다.
반대로 한국의 어떤 여성이든, 집이 으슥한 골목길이나,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가로등 한 두 개 꺼져있어도. 그 곳은 공포의 대상인 것을 경험해 봤을 것이다. 꽤 많은 여성이 퇴근 길, 집 근처 으슥한 골목에서 변태나, 불한당들에게 모욕을 당하거나 신변의 위협을 느끼게 되는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버스에서 내려서 쫓아오는 변태도 한 둘이 아니다.
이런 두 가지의 극을 달리는 상황. 한국 사회의 밤이 안전해 보이는 이유는 번화가에 사람들이 몰려들어 밤까지 환한 곳에서 흥청망청 마셔대기 때문이고, 여성들에게 밤이 무서운 이유는 어느 어둠에서 뛰쳐나올지 모르는 불한당들 때문이다.
미니스커트 때문에 성폭행이 일어난다고? 웃기는 소리 달나라가서 하시라. 으슥한 장소와 아무도 없는 상황이 결국 인간의 쓰레기 같은 마성을 드러내는 것이다. 안 들키면 그만이라는 짐승보다 못한 쓰레기.
다시금 얘기하지만. 여성이 스스로 무엇을 입든, 그것은 심지어 '남자친구'도 권유할 수는 있을지언정. 요구할 순 없다. 그것은 '신체의 자유'와 동일한 것이며, 옷을 입는 이유 또한 방한 내지 피서를 위함이고, 거기에 미적감각을 더할 뿐. 개인의 자유에 대해 함부로 '보지 않을 권리'나 '성폭행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키 위함'이라는 어처구니 없는 논리를 내세워선 안될 것이다.
여성은 남성의 소유물이 아니다.
이제 남성의 '성적 매력'에 대한 시각 얘기를 해보자.
또 다시 밝히는 데, 분명 시발이 된 '자폐님'의 글을 자세히 읽어보면, 남성들의 시선을 도매급으로 매도한 부분이 전혀 없다. 분명 남성의 본능이든 무엇이든, '살색'의 노출에 시선이 가는 것은 당연하고, 그렇게 흘끔 보는 것에 대해 인정하고 있다.
난 도무지 그 글이 왜 그리 남성을 '도매급'으로 매도한 글이라고 이야기들이 퍼졌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
각설하고.
분명 '자폐님'의 생각과 내 생각에 큰 차이가 하나 존재하긴 했다. 나는 지나가는 여성의 미니스커트 아래로 뻗은 다리를 스쳐보거나, 자세히 보거나 하면서 '도덕적 창피'를 느낀 적이 없다.
물론 지하철에서 미니스커트를 입은 여성과 마주 앉으면 시선처리가 곤혹스러우며, 그 곤혹스러움은 무심코 그 여성의 다리 사이나, 치마속을 보고 있다는 느낌을 풍기게 하여 그 여성과 주변인들로 부터, '변태'라는 낙인이 찍힐까봐 두려운 점이다. 이는 바쁜 출근길 지하철 계단을 오르내리거나 할때, 손가방으로 늘 치마 뒤를 누르듯이 가리고 올라가야하는 여성의 불편함과 동일선상에 놓이기도 한다.
이는 속옷과 관련한 문제인데, 위에서 란제리 룩을 언급하긴 했지만 근본적으로 다르다. 란제리 룩은 속옷을 '일부러' 드러나게 하거나 비슷한 느낌의 의상을 입는 것을 말함이지 '속옷'의 기능을 하는 것을 노출시키기 위함은 아닐게다.
분명 미니스커트가 속옷의 노출에 대한 위험도가 크긴하다. 그렇다고 미니스커트가 아찔하게 속옷을 노출시킬랑말랑한 디자인으로 나오는 것이 섹시한 의도 외에 '실제로' 속옷을 노출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보이기 위한 의상이라는 것은 오버다.
어쨋든 다시금 '다리를 바라보는' 이야기로 돌아가서.
사실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내게 있어 미니스커트 아래로 드러난 다리를 들여다 보는 것이 그 어떤 '섹시미'라던가 '성적연상'을 던져주진 않는다. 상당수가 '여성의 섹시한 다리' 혹은, '팬티가 보일 정도로 아찔한 미니스커트'가 '성적연상'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하는 분도 있는 듯 한데. 이거 오버다.
이게 말로 설명이 가능할까 모르겠는데, 어떤 분들에겐 역겨운 비교일지도 모르지만, 일단 '시각적 충격'이 지속되어 무뎌지는 성적자극의 단계는 아니라는 얘기다. 무슨 얘기인고 하니 어릴 때는 도색잡지의 비키니만 보고도 발기하던 아이가, 벗은 여성으로 가득찬 포르노를 봐도 발기가 아니되는 수도 있다.
'성적연상'이 발생하는 것은 '시각적효과'가 그 빌미를 줄 수는 있을 지언정, 무턱대고 '살색'이 많이 보인다고, 치마가 짧다고 그런 연상작용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그렇게 치면 나는 학교에서 건물 사이를 이동만 하려면 발기해 있어야 한다.
미안하지만 그러면 청바지 입고 걷기가 매우 불편하거든?
어릴 때는, 각선미가 최고라느니, 가슴이 이쁘다느니 하는 이야기를 듣고 사진을 아무리 보고 지나가는 여중, 여고 누나들의 다리를 아무리 봐도 뭔 소린지 몰랐다. 굵고 가는 것은 알 수 있었어도, 어느 정도가 이쁜 것인지 몰랐다.
어느 여배우가 '세븐 라이너' 광고를 할 때도 이쁜 각선미가 7도라는데 도무지 그 기준이 뭔지도 몰랐다.
그런데 나이를 먹으면서, 서서히 여성의 '곡선'이 아름답다고 느껴질 때가 많다.
어떤 영화를 보다가 여배우의 가슴곡선에 탄성을 자아내기도 하고, 학교 복도에서 지나가는 여학생의 뒷모습을 보면서 몸에 달라붙는 옷도 아닌데, 어께에서 허리에 이르는 등의 양쪽 곡선을 보면서 한참을 바라보기도 한다.
물론 여성이 돌아서서 날 봤으면 나도 그만 봤겠지만, 눈이 마주치기 전까지. 내가 바라본 행동은 '경탄'의 행동이지 도덕적으로 죄의식을 느끼게 하는 '훔쳐보기'는 아니다. 이유인 즉슨, 그렇게 바라보고 있는 모습을 제 3 자들이 봤을 때, 내 스스로 거리낌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는 분명 위의 '지하철' 케이스와 다르다. 지하철에서는 분명 주변사람들의 시선까지 의식하게 되지만, 이 시선은 그저, 상대방이 '불편하게 느낄 시선'을 주지 않는 선에서. 그렇게 감탄하게 된다.
이는 스쳐가는 배꼽티도 마찬가지다. 살짝 드러나는 허리선에 지나치기 전에도 한번, 지나친 후에도 한번 돌아서며 바라보게 되는 것은 성적의도 보다는 '예쁜 것'을 한번 더 보게 되는 의도이다.
다리가 예쁘지 않거나, 몸매가 이쁘지 않은 여성에게 분명, 시선이 다시금 가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이 점에 관해서는 '본능'이라는 이야기로 변명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이 아쉽다.
왜냐하면 인간이 '본능'대로 살지 않고 억제하면서 살아가기 때문에, 이 점을 억제시켜야 주장한다면 크게 반박할 여지는 없다.
그러나 이런 비교법으로 여성을 악세사리로 보느냐, 인권의식이 미친거 아니냐고 욕들을지도 모르겠지만, 여성들이 예쁜 악세사리를 보면 시선이 집중되듯, 나와 비슷한 시각을 가진 어떤 남성들은 여성의 곡선이나, 발목에서 대퇴부에 이르는 직선과 곡선들이 '예쁘게 보여' 시선을 주게 되는지도 모른다.
물론 악세사리 보듯, 만지거나, 가까이 다가가서 자세히 보거나 해서는 분명히 안되는 것. 그런 의도로 비유한 것이 아니라, 그저 예쁜 것에 눈 한번 더 주게 되는. 어쩔 수 없는 '본능'.
여기까지가 그 '흘끔' 보게 되거나, 가끔 넋놓고 바라보게 되는 여성의 패션에 대한 이야기다.
그 여성이 '불쾌하게' 느끼는 시각의 정도는 개인에 따라서도 천차만별일 것이고, 그에 대한 의견도 분분하다.
그러나 이 점은 확실하다.
1. 일반적으로 남성이 여성보다 완력에서 우수하다.
2. CSI 마이애미 시즌 1의 2편인가? 3편에서 서로 모르는 여성끼리 눈도 마주치지 않으려 한다.
3. 시선을 마주치면 서로 살짝 웃어주는 예의는 어색한 조우에서나 일어나는 에티켓이다.
4. 양아치들이 자주 뱉는 '뭘 꼬라봐?', '눈 깔어'는 그냥 나온 말이 아니다.
빤히 보는 시선. 바라보는, 전혀 모르는 상대가 알아차리는 시선은 '폭력'이 될 수 있다.
분명 자기정체성에게 위협적인 시선으로 보여질 수 있다.
그리고 위협을 느끼게 하는 시선은 충분히 범죄스럽다.
관객을 위해 전시된 아름다움도 아니거니와, 그저 스스로를 위해 입고, 지인들에게 '이쁘게' 보이려 행복해하면서 옷을 입는 자유를 가진 이들에게.
우리는 무어라 말할 자격도 없고.
스쳐가면서 이쁘게 보이는 모습에 작은 감탄이나 하는 소소한 즐거움 또한 그리 변태스러운 짓이라 모독받을 일도 없다고 여겨진다.
자신의 여자친구가 미니스커트 입은 모습을 지나가는 남성들이 빤히 보는 것은 싫어하면서, 왜 그리 타인이 '빤히' 보는 모습, 그것도 사회 구조와 방범태세의 잘못으로 일어나는 성폭력을, 피해자의 책임으로 전가시키는 '사고'를 가진 꼰대들의 모습을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하는지 알길이 없다.
사실 자신의 여자친구가 미니스커트 입어서 타인의 시선을 끈다고 불편해 하는 것도 웃기다. 위에서 말했듯이, 여자친구든 여성이든. 남자친구 혹은 남성의 소유물이 아니잖는가?
무엇을 입든, 무엇을 하든.
자유를 허하라.
당신들에게 보여지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것일 뿐.
한 개인의 변화와 당연한 자유를 막을 권리는 그 누구에게도 없다.
Posted by 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