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니지 2가 언리얼 엔진을 구매하여 제작된다 했을 때 가장 궁금했던 건, MMORPG에 언리얼 엔진을 적용해서 어디 써먹을까 하던 걱정이었다.
결과는 예상대로. 언리얼 엔진을 도대체 어떻게 개조시키면 저런 악랄한 그래픽이 나올까 하는 것이었다. 물론 베타테스트 런칭 당시에는 한국에 나와있는 MMORPG 중에는 꽤나 깔끔한 그래픽이었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몰입하는 이유는 그 깔끔한 그래픽 보다는 무언가 '리니지 시리즈'만의 게임성이나 혈맹원 간의 공성전 따위가 가지는 '게임적 요소'들에 재미를 붙여 게임을 진행했을 거라 생각하고 싶다.

리니지 2의 맵 풍경인데, 사실 일반 유저는 이런 풍경을 구경할 수 없으니, 그저 눈요기 삼아 보시라. 게임의 광고에 도시의 장면을 이렇게 풍요롭고 웅장한 도시로 담으니 참으로 그 게임 스케일 한번 크게 느껴진다. 그러나 실제 게임을 들어가면 저 도시 곳곳 통로 빽빽히 케릭터들이 앉아서 '장사'를 하고 있다.
리니지 2 게임이 제작될 때, 게임 디자인을 하면서 케릭터 스스로 '상점'을 열 수 있는 형태를 만들었다. 물론 이는 이전에 '라그나로크'라는 온라인 게임에서도 등장한 시스템이긴 하다. 그러나 이 형태가 매우 웃긴 것이 '라그나로크'의 경우 '상인' 케릭터만 그런 형태를 취할 수 있었지만, 리니지 2의 경우엔 모든 종류의 케릭터가 상점을 열 수 있다.
그리고 그 중 드워프 케릭터는 '구입' 상점의 형태는 타 케릭터 보다 한 종류를 더 얹혀놓고 구매할 수 있으며, 게임 진행에 필요한 물품들을 '만들어 내는' 도공의 역할도 하게 되어 '구입'을 걸어두고 '물품'을 제조하는데 여념이 없다.
이런 케릭터들이 저 마을 도로에 빽빽하게 앉아있는 이유는 다른 것이 없다. 리니지 2 세계의 화폐인 '아덴'을 모으기 위해서이다.
MMORPG의 게임은 사실 그 '레벨 업'에 목표가 있는 것도, '좋은 아이템'을 갖는 것에 목표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 것은 게임의 진행과정에서 일어나는 일종의 '소소한' 재미일 뿐, 궁극적인 재미는 말 그대로 'Role play'. 자신이 선택한 직업을 통해 파티원이나 아군의 영역에서 활약하는 즐거움이다.
그런데 이 게임의 핀트는 어느 새 빗나가 있었다.
리니지 2 의 세계에는 '한 컴 투 계정'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한대의 컴퓨터에서 두 개의 사용자 계정을 운영 할 수 있는 방식이다. 이런 프로그램은 왜 나왔을까?
한 계정 안에서도 몇개의 케릭터를 생성할 수 있는데 왜 굳이 이런 프로그램이 나왔을까?
혹자는 직장인인데 퇴근하고 밤 늦게까지 게임을 플레이 함에 있어, '파티원'을 구하기가 너무 힘이들어 한 계정에 메인 케릭터를 두고, 다른 계정에 'Healer' 케릭터를 두어 '밀대기'라는 행위를 한다. 자신의 케릭터를 지속적으로 치유시키기 위해 '또 다른' 계정을 구비한단 말이다.
어떤 곳에서는 수십대의 컴퓨터가 놓여져 있고, 그 컴퓨터를 통해 두 개의 계정으로 접속하여 위의 도시 거리에서 '장사'를 한다. 컴퓨터는 수십대가 놓여져 있는데, 고작 몇명의 사람들이 움직이면서 마우스를 몇번 클릭하고, 다시 옆 컴퓨터로 자리를 옮겨서 똑같은 일을 반복한다.
리니지 2 게임의 '동시접속자 수'는 우리나라 온라인 게임 TOP 수준이다. 그러나 과연 그 중에서, 컴퓨터 앞에서 자신의 케릭터를 움직이며,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는 과연 몇 명이나 될까? '무인 장사 시스템'을 통해 자신이 가진 아이템을 판매를 걸어두거나, 필요한 아이템을 구매로 걸어놓고 컴퓨터를 켜둔채 '늘 접속해 있는' 인구는 얼마나 될까?
나는 '게임 아이템의 현거래'에 대해 그리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진 않다. 그러나 주위에서 쉽게 접하는 소문들, 모모 단란주점 사장니 리니지라는 게임에 돈을 들이부어 결국엔 재산을 탕진했다느니, 모 직장인은 결혼 전에 리니지 게임 아이템을 처분하여 전세집과 자동차를 뽑았다느니 하는 소문을 들으면서 그 소문이 '터무니 없는 과장된 소문'이라고 단정짓기엔 그 시스템이 가지는 단면적 구도를 외면할 수가 없다.
한때, 리니지 2 의 아덴가격은 대략 100만 아덴에 1만원을 호가했다. 처음엔 10만원이었던 가격이 유저가 늘어나면서 그만큼 내려갔던 것이다. 그러나 그 얘기도 작년 가을 쯤이었을 뿐이다.
위에서 얘기한 '몇 십대의 컴퓨터를 몇 명이서 돌리는' 작업장을 중국으로 유학간 한 학생이 용돈 벌이삼아, 중국의 싼 컴퓨터와, 중국의 싼 임금노동자를 고용하여 중국에다 차렸다.
그 때부터 무너지기 시작한 아덴가격은 현재 100만 아덴당 2500~ 3000원 수준으로 곤두박질 쳤다. 10만원에서 3000원으로 오는데는 겨우 2년 정도의 시간밖에 소요되지 않았다. 물론 지금의 가격도 충분히, '중국인'에겐 괜찮은 돈벌이가 되고 있다. 그들 스스로도 이것을 '아르바이트'가 아닌 직업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많으니까.
PC방에서, 우연히 지나치면서 다시금 보게 되는 마을 안에 빽빽히 모여있는 장사케릭터들.
개발자들의 '상도덕'과 게이머들의 그릇된 욕망이 맞물린 게임이 만들어내는 저력은 게임시장의 독보적 존재와, 허황된 시민들의 금쪽같은 시간을 앗아가는지도 모르겠다.

왜 이 광고의 한 셧 처럼, 한 사람이 하나의 계정으로 '즐겁게' 게임을 즐기지 못하는 걸까? '풍요의 시대'라는 2기 카피를 보면서도 헛웃음이 나오는 게임이다.
Posted by 함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