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 풍경

라페스타에서 영화를 보기로 했다.

영화 시간이 넉넉하게 남았고, 같이 보기로 한 사람이 아직 퇴근하지 않았다.

편의점에서 커피 하나 사들고, 정발산 역 공원의 벤치에 앉아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벧엘교회의 커다란 십자가가 우리를 굽어 살피고 있었고,
공원 한 가운데에는 500원짜리 동전을 넣어 '엘리제를 위하여'와 함께 시속 20km의 드라이빙을 즐길 수 있는 미니 자동차가 모여 있었다.

그러나 공원의 전체를 활주하는 것은 시속 30km를 넘는 속도로 움직이는 미니 모터싸이클이었고, 남녀노소 누구나 그렇게 '폭주'를 뛰고 있었다.

난 그 번잡함을 지나, 공원 중앙을 차지한 채 '번쩍거리며' 세련된 500원짜리 미니 자동차가 아닌, 너무도 오래 되어 이리저리 사고의 흔적들과 몇 번의 페인트 덧칠을 했을지 상상조차 안 가는 외형을 지닌, 오래된 500원짜리 미니 자동차가 모여 있는 곳의 벤치를 찾았다.

노년의 부부가 운영하는 그 미니 자동차는 가지런히 정렬된 채, 아이들을 기다렸다.

남편은 고장난 한 대의 배터리를 빼내고 배선을 만지작 거리고 있었고,
부인은 하염없이 500원을 넣어가며 아이들의 시선을 뺏으려 노력했다.

영악한 아이들은 몰래 몰래 다가와 혹시나 500원짜리가 튀어 나오지 않을까 반환 레버를 만지작 거리다가 눈이 마주치면 도망가고,
아이를 데리고 지나치는 부모들은 좀 더 '나은' 차를 태우기 위해 다른 곳으로 비껴갔다.



노부부의 벤치에는 출출함을 달래기 위한 미숫가루와 떡 몇 조각이 놓여 있었고,
남편은 자동차가 잘 안 고쳐지는지 짜증을 내며 성질을 부렸다.

부인은 구부정한 허리에 묶인 돈가방의 무게에 더욱 허리가 휘어 보였다.



좁은 나라.

이제 내 어린 날 주머니 100원이 없어 못 타던 미니 자동차는
폼나게 탈 수 있는 미니 모터싸이클에게 자리를 내주었건만
왜 아직도 저 노인들은 얼음조차 다 녹아버린 미숫가루를 먹어가며, 이 땡볕에 돈을 벌어야 하는가.



뒤에선 홈에버 파업으로 인해 전경들이 모여 앉아 식판에 쌀밥을 얹어 먹고

연인들은 벤치에 누워 사랑을 나눈다.

아! 대한민국!



그 노부부의 오래된 자동차에,
그 노부부의 오래되었을 짜증섞인 실랑이에,
목이 메어 눈물을 훔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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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함장

2007/08/24 03:08 2007/08/24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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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정말 우려했습니다...

호스팅 업체!!! 쀍!!!!!!!

티스토리로 옮긴 이유는 무제한 용량은 필요없고, 무제한 트래픽 때문이었거든요?

그런데 드!디!어!....

텍스트큐브가 나와버렸... orz

1년에 10만원 해도 좋으니

무제한 트래픽 하면서 '안 망하고' 꽤 '서비스 친절한' 호스팅 업체는 없나효 or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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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함장

2007/08/16 19:15 2007/08/16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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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싫어한다는 거

난 블로그를 하면서 꽤 많은(?) 敵을 만들었다.

보통 사람들은 살면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기 때문에 적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얘기를 하고, 사실 '둥글게' 살아가는 게 가장 현명할 수 있다는 믿음에 대해 거부감은 없다. 그러나 내 어린 치기가 아니라 '좋은 게 좋은 거'라는 믿음은 분명 '악의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 경계 대상이다.

민주주의 사회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민주주의의 축복 중 하나인 '다양성'이 있다. 이를 위협하는 '한나라당'과 같은 정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에게 나의 잣대는 명확하다. 그들은 나의 敵이다.

적과 나를 구분하는 이유는 별 거 아니다. 나의 인문학적 소양에 의해 내가 이 나라에서 '사람답게' 살 수 있기 위해, 살아가면서 투쟁해야 할 대상을 명확히 하고, 이와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과 연대할 수 있음을 알리기 위해서이다.

그렇기에 저런 사람들의 '존재'를 다양성의 '인정'이라는 측면에서 용인하면 위험하다. 다양성을 위협하는 사람들을 인정하는 건 모순 아닌가!



물론 세상에는 민주주의 시스템 속에서 살고 있으면서 파시즘을 꿈꾸고, 엘리트주의에 허덕이며, 자본주의 시스템과 약육강식이 진정한 'Life'라고 믿고 사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물론 이들도 나의 적이다. 그렇기에 내 적은 너무도 많다.

이상과 현실이 다르다고. 그렇다고 이상을 포기하고 살아간다면 '사람다움'을 포기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 그게 사람이라는 자조섞인 신음 또한 유치하다. 포기가 사람의 길이면 인류는 진보하지 못 했다 -



이런 내 얘기에 '그래 너만 잘 났냐?'라고 묻는 사람이 있다면 참으로 다행이다. 아직도 그 사람들의 마음 속에는 '사람답게 사는 세상'에 대한 미련이라도 남아 있으니 말이다. 자신이 추구하지 못하는 이상에 대한 '아쉬움'. 그런 게 살아 있다면 정말 희망이 있다.



난 가끔 우리나라 사람들의 일반적 성향 - 물론 그 중에서도 침묵하지 않고 들끓는 쪽 - 에 의아할 때가 많은데, 겉으로는 아주 천민 자본주의에 쩔어 있으면서도, 영화라던가 그 외의 어떤 '사람다움'에 대한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것에 미친듯이 열광한다는 거다.

이게 바로 자기 정체성에 대한 기만 아니던가?



가슴으로 뜨겁게 원하는 것을, 머리로 차갑게 생각해서 세상에 풀어 놓고, 그런 삶을 이루기 위해 현실에서 투쟁하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렵고.

오히려 그런 투쟁을 하는 사람들을 아니꼬와 하며 - 왜냐하면 자기도 마음 속에서는 그게 옳다는 것을 알면서도 알량한 그 '자신보다 사람다운 투쟁을 잘 하는 사람에 대한 불인정'을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드러내기 싫으니까 - 왜곡하는 처사는 이젠 구역질이 나다 못 해 안쓰럽다.

그러나 안쓰러워 해서는 안 된다. 저들과는 끝까지 투쟁하고 설득해야 한다. 물론 개무시도 좋은 방법이다. 소모적인 논쟁은 하등 도움 될 것이 없으니까.



어쨌거나 몇 년의 글을 적어나가면서.

그렇게 수 많은 적을 만들고, 그들의 뒷담화를 지인들을 통해 들으면서도 후회는 없었다.

당연히 내가 걸어가고픈 길이고, 받아야 할 신념의 댓가였으니까.

그리고 그 때마다 분명 나와 '함께' 가는 사람들이 곁에 있었기에 힘이 됐으니까.



나는 사람이다. 그리고 사람은 언제나 '변할 수 있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고, 나 스스로도 늘 '변해가야'한다고 내 마음 속으로 외치고 있다.

언제든 경직될 수 있는 사고를 바꾸기 위해 변해야 하고, 언제든 편협해질 수 있는 내 시각을 더 나은 다양성의 인정을 위해 깨뜨리려고 무던히도 노력해야 하니, 정체할 시간 없이 계속 변해나가야 한다.

물론 이는 내 적들에게도 적용된다.

그들도 '사람'이고. 그들도 변해갈 수 있다.



어떤 종교의 가르침이던가? '죄를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거?

약간의 시각은 다르지만, 난 사람을 끝까지 미워할 수 없다. 위에서 언급한 '사람은 변할 수 있다'라는 내 철칙으로 인해서, 죽을 때까지 미워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물론 밉다는 표현보다는 '싫다'라는 표현이 훨씬 의미에 충실하다.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지 눈에 고까운 게 아니니까.

그래서 난 내 '적'들을 싫어한다.



이 또한 반대로. 내 적들은 내가 이 블로그에 쏟아놓은 글로 인해 나를 '싫어할 수 있다' 그리고 개무시당할 수 있다.

그리고 그건 당연한 귀결이다.



난 새로이 들은 나에 대한 적대감을 무덤덤히 받아들이다가,

그 적대감이 나와 관계된 모임까지 퍼져가는 것을 듣고 기분이 언짢아졌다가,

지인과 관련있는 일이라 기분이 더러워졌다가,

결국은 이게 다 내 業이라 생각하며 다시금 차분해졌다.



사람을 최대한 신중하게 사귀어 쉽게 알아두지 않는데.

그래서 더욱 인간관계가 협소한데.

꽤 성가신 관계로 거듭날까 매미소리와 더불어 약간의 짜증이 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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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함장

2007/08/10 11:31 2007/08/10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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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자본주의자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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