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일을 끝내고, 열린 창을 닫고.
온갖 기기들의 전원을 끄면 정적이 남는다.
거기에 몇 개 없던 형광등마저 꺼버리면 희뿌옇게 밝아오는 빛이 새어들어온다.
보안기에 카드를 대면, 녹음된 목소리가 잘 가라고, 그렇게 내 아침 안부로 존재를 확인한다.
이젠 밤 샌 것 정도로 눈이 충혈되지도 않는다. 눈도 지친 건지, 적응 한 건지.
졸려서 뻑뻑하게 감겨오는 눈에 인공루액을 우겨 넣으면. 아프다고 우아성을 내지도 않는다.
그저 침침한 사물이 있을 뿐.
확실히 저녁에 술자리가 잡히면 밤을 샐 수 밖에 없다.
목 디스크로 의심되는 묘한 경직감이 온지도 한달째. 말 그대로 병원 가볼 시간이 없는 어이없는 현실에도 그나마 사는 재미는 사람 아니던가?
좀 자면 낫겠지 하는 생각에 이만큼 와 버렸다. 주말에는 병원에 가 봐야겠다.
그렇다고 폐인으로 사는 것도 아니잖는가? 빨래 할 것 다 해입고, 휴일에는 대청소도 하고.
다들 그렇게 살아가는 거. 뭐 별난 게 있을쏘냐.
그저 졸린 눈을 비비며. 시큼해지는 눈 언저리를 지그시 누르며.
또 하루를 시작하는 거지.
하고 싶은 게 많은 젊은 날을 가져보지 못 했기에.
딱히 이루고픈 삶의 지표도 가지지 못 했기에.
그저 하루하루 벌어 먹고 사는 걸로 만족하는 건지도 모르지만.
내 평생 이토록 시간을 쪼개며 살던 적이 있었던가?
그래, 지금 태울 수 있을 때. 바로 지금이다.
Posted by 함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