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중생이 길을 걷다가 지나가는 스님을 만나 물었다. “이 길이 부처님이 걸으신 길이오?” 그러자 스님이 퉁명스레 합장하여 가로되… “당신이 부처가 되면 내 다음에 만나는 사람에게 그렇다고 답하리다.” – ‘불경’을 대하는 태도
어릴 때 측천무후라는 장편 소설을 형이 빌려와서 살짝 읽었는데 – 당시에는 아마 내가 그 유명한 ‘여인추억’ 시리즈를 읽기 전으로 기억한다 – 무언가 야한 내용이 가득할 거라는 추측과 달리 고작 후궁으로 들어와 드디어 황제의 눈에 들어 첫날 밤을 보낸다는 내용이 1권의 전부였다. 별 재미도 없고, 도대체 왜 후궁으로 들어와 공포에 떨며 첫 순결을 잃는 건지 이해할 수 없던 어린 날이었다.
중국의 전무후무한 여제의 이야기를 다루는 데 있어서 남성 주인공이 등장하는데다가 더 웃긴 건 영화의 결말이 결국 ‘그 남자 말 대로 측천무후는 몇 년 하다가 때려 쳤어염 뿌우~’라니 이건 뭐 아프리카 부족 오페라 나장조 맞춰주는 관현악단 이야기도 아니고. 서극 오빠 왜 이리 된 거임?
뭐 어쨌거나 양가휘 옵화도 나오고(특별 출연인데 비중있어), ‘검우강호’ 전에 중국 영화 웜업 좀 할겸 뜯어 봤다.
- 배동래 등장 Scene
와이어로 자근 자근 날렵하게 등장하는 배동래(극중 이름이며 원래 이름 등초)는 헤어스타일부터 꼭 환관같은 느낌을 주는데 – 꼭 왜 중국 환관들 머리 하얗게 하고 화장 진하게 한 그런 – 등장하는 자태와 대사 치는 껄렁함은 마초의 극치를 보여줌으로 꽤 사내다운(?) 캐릭터를 초반부터 내뿜는다. 문제는 이 솔직한 등장 때문에 스토리는 볼것도 없이 단박에 양가휘가 범인이라는 것을 알아차려 버릴 정도로 영화의 이야기는 싱거워져 버렸다. - 정아의 수청 Scene
정아(극중 이름이며 본명은 이빙빙)가 눈매 끝이 올라가는 화장을 한 얼굴을 보면 ‘동방불패’ 시절의 임청하를 떠올리게 만드는데 – 물론 임청하의 매력은 그 볼살(이라고 쓰고 젖살이라 읽는다)에 있지만 – 이 수청 Scene에서는 영호충이 울적해서 임청하를 찾았을 때 방 안에서 벌였던 액션이 오버랩될 정도로 둘의 캐릭터가 맞닿아 있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넘치는 석궁살은 분위기 망치기 충분할 정도로 과했다.
홍금보 아저씨가 그토록 열심히 짜낸 합이었겠지만 인상깊은 액션 하나 없을 정도로 명장면이 없다. 슬로우 모션을 적절히 사용했다는 느낌 보다는 남발했다는 느낌이 좀 더 강할 정도로 의미 없는 액션의 기복도 보였고, 대체적으로 만족키 어려운 장면들의 연속 – 특히 CG…. 한국에서 했다며? – 이었다. 그나마 간간이 튀는 아이디어 – 배동래의 손바닥으로 비벼 날리는 프로펠러 암기는 정말 깔쌈했다 – 가 재기발랄했지만. 우리 아시아의 스필버그 선생. 많이 야위셨어요.
양가휘를 만났을 뿐인데 차라리 양가위의 ‘동사서독’ – 물론 이 영화에 양가휘가 동사 황약사로 나오지만 – 이 보고 싶어지는 영화였어요. 무슨 놈의 중화 사상으로 영화 막판에 개판을 치나효… 사랑이 최고일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