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 슬럼버

자살을 하는 것과 잊혀진 채 사는 것 중 어느 것이 나은가? 난 그래도 살 걸세. 아직 세상엔 추억할 게 남아 있단 말이지. – 과거를 걷는 자의 읊조림

일본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는 몇 편 본 게 없었는데 볼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소설을 살려내는 맛이 남다른 것 같다. 출판 문화의 천국이라 그럴 것이고, 인구도 1억 넘으니 내수 시장 충분해서 그런 면도 있을 것이고. 어쨌거나 영화를 보면서 ‘독특한’ 캐릭터들이 풍부한 일본 영화의 모습을 만끽할 수 있어서 즐거웠다. 그 사람들의 활약상을 담은 장면들이 기억에 남아 적어 둔다.

  1. 택배 집하를 통해 탈출하는 Scene
    영화에서 유일하게 예상치 못한 장면으로 인해 배꼽잡고 웃어버린 부분이었는데, 일본 애들 이런 개그 센스 하나는 뛰어난 것 같다. 이런 예상치 못한 반응을 이끌어 내는데는 주인공 회사의 선배가 주효한 역할을 하는데, 뭔가 세상 달관한 듯 ‘Rock이구나 Rock’을 계속 읊어대며 갖잖은 로커 이미지를 풍기는 이 선배는 막판에 Wife의 찍어 차기 Scene을 이끌어내며 폭소를 터지게 만드는 캐릭터로 일관한다. 나름 반전에 감동까지 선사하는 주요 캐릭터다. 이미지를 굳이 비유해주자면 우리 영화 ‘바람’의 주인공?
  2. 뚱보 경찰의 Shot gun Scene
    이 뚱보도 상당히 독특한 캐릭터인데, 샷건을 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덤벼든다. 더군다나 대충 가늠하며 쏘아대는 그 자세하며, 상황을 여유있게 받아들이는 그 넉살 좋음이란. 어떤 여성들이 보면 소름돋을 정도의 악역임에도 상당히 귀여움을 던져주는 캐릭터랄까? 그럼에도 주인공을 추격하며 발포하는 모습과 나름 Sound가 합쳐져서 꽤 스릴 넘치는 장면을 만들어 냈다. 게다가 실제 경찰관 하나를 날려버리는 바람에 악귀 같은 이미지를 떨치지 못하게 하면서 후반부까지 이끌어나간다. 물론 큰 거 한 방도 기다린다. 이 캐릭터는 일본 만화 ’20세기 소년’의 얼굴에 점이난, Shot gun을 쓰던 그 경찰을 떠올리게 해주기도 한다.
  3. 주인공 아버지의 TV 인터뷰 Scene
    난 일본의 아버지 이미지가 상당히 궁금한 데 저런 아버지가 있을까 싶다. 심지어 대한민국은 둘째 치고 ‘미쿡’ 혹은 ‘유럽’에서도 저런 아버지 상이 나올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호기 당당한 캐릭터가 상당히 마음에 든다. 나름 기억에 남는 대사까지 나오는데 기자가 ‘자식을 믿는 마음은 이해합니다만…’이라고 하자, ‘믿는 게 아니야, 아는 거지!’라고 응수하는데, 가족이라면 믿어야지라는 뉘앙스가 아니라 ‘그 녀석은 내가 아는데’로 가족을 객관화해서 보는 시각에, 가장 합리적인 대응(?)까지 방송에서 가르쳐 주는 그 호기로움에 눈시울을 적시게도 만든다. 아마 한국이라면 이런 캐릭터 보다 무언가 ‘한’ 스러운 캐릭터만 만들어내지 않았을까란 생각도 들고.

개인적으로 극장의 사운드 설비가 잘 되어 있는 곳에서 한 번 더 보고 싶다. 폭죽이 터질 때의 울림이 어느 정도일지 궁금하기도 하고, 일본 영화임에도 비틀즈 이야기나, 할리 데이비슨 가죽 자켓이나, 그런 디테일한 영화의 소품들을 담은 장면들을 색다른 감각으로 즐겨볼 필요가 있는 영화 같다.

근데 나 정말 영화 중반까지 그 아이돌이랑 진짜 한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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