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을 하는 것과 잊혀진 채 사는 것 중 어느 것이 나은가? 난 그래도 살 걸세. 아직 세상엔 추억할 게 남아 있단 말이지. – 과거를 걷는 자의 읊조림
일본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는 몇 편 본 게 없었는데 볼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소설을 살려내는 맛이 남다른 것 같다. 출판 문화의 천국이라 그럴 것이고, 인구도 1억 넘으니 내수 시장 충분해서 그런 면도 있을 것이고. 어쨌거나 영화를 보면서 ‘독특한’ 캐릭터들이 풍부한 일본 영화의 모습을 만끽할 수 있어서 즐거웠다. 그 사람들의 활약상을 담은 장면들이 기억에 남아 적어 둔다.
- 택배 집하를 통해 탈출하는 Scene
영화에서 유일하게 예상치 못한 장면으로 인해 배꼽잡고 웃어버린 부분이었는데, 일본 애들 이런 개그 센스 하나는 뛰어난 것 같다. 이런 예상치 못한 반응을 이끌어 내는데는 주인공 회사의 선배가 주효한 역할을 하는데, 뭔가 세상 달관한 듯 ‘Rock이구나 Rock’을 계속 읊어대며 갖잖은 로커 이미지를 풍기는 이 선배는 막판에 Wife의 찍어 차기 Scene을 이끌어내며 폭소를 터지게 만드는 캐릭터로 일관한다. 나름 반전에 감동까지 선사하는 주요 캐릭터다. 이미지를 굳이 비유해주자면 우리 영화 ‘바람’의 주인공? - 뚱보 경찰의 Shot gun Scene
이 뚱보도 상당히 독특한 캐릭터인데, 샷건을 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덤벼든다. 더군다나 대충 가늠하며 쏘아대는 그 자세하며, 상황을 여유있게 받아들이는 그 넉살 좋음이란. 어떤 여성들이 보면 소름돋을 정도의 악역임에도 상당히 귀여움을 던져주는 캐릭터랄까? 그럼에도 주인공을 추격하며 발포하는 모습과 나름 Sound가 합쳐져서 꽤 스릴 넘치는 장면을 만들어 냈다. 게다가 실제 경찰관 하나를 날려버리는 바람에 악귀 같은 이미지를 떨치지 못하게 하면서 후반부까지 이끌어나간다. 물론 큰 거 한 방도 기다린다. 이 캐릭터는 일본 만화 ’20세기 소년’의 얼굴에 점이난, Shot gun을 쓰던 그 경찰을 떠올리게 해주기도 한다. - 주인공 아버지의 TV 인터뷰 Scene
난 일본의 아버지 이미지가 상당히 궁금한 데 저런 아버지가 있을까 싶다. 심지어 대한민국은 둘째 치고 ‘미쿡’ 혹은 ‘유럽’에서도 저런 아버지 상이 나올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호기 당당한 캐릭터가 상당히 마음에 든다. 나름 기억에 남는 대사까지 나오는데 기자가 ‘자식을 믿는 마음은 이해합니다만…’이라고 하자, ‘믿는 게 아니야, 아는 거지!’라고 응수하는데, 가족이라면 믿어야지라는 뉘앙스가 아니라 ‘그 녀석은 내가 아는데’로 가족을 객관화해서 보는 시각에, 가장 합리적인 대응(?)까지 방송에서 가르쳐 주는 그 호기로움에 눈시울을 적시게도 만든다. 아마 한국이라면 이런 캐릭터 보다 무언가 ‘한’ 스러운 캐릭터만 만들어내지 않았을까란 생각도 들고.
개인적으로 극장의 사운드 설비가 잘 되어 있는 곳에서 한 번 더 보고 싶다. 폭죽이 터질 때의 울림이 어느 정도일지 궁금하기도 하고, 일본 영화임에도 비틀즈 이야기나, 할리 데이비슨 가죽 자켓이나, 그런 디테일한 영화의 소품들을 담은 장면들을 색다른 감각으로 즐겨볼 필요가 있는 영화 같다.
근데 나 정말 영화 중반까지 그 아이돌이랑 진짜 한 줄 알았다?